[기자수첩] 코로나19 경제위기와 영화 ‘인페르노’의 가르침

손정호 기자 2020.03.26 11:13:51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백화점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터널 안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발원지인 중국 우한과 인접국인 우리나라를 넘어, 미국과 유럽 선진국으로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망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탈리아의 경우 치사율이 높게 나타나면서 위험하고 낯선 전염병의 공포가 번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초기에는 코로나19가 이처럼 널리 퍼질지 몰랐다.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자유롭게 남양주나 양평으로 소풍을 가서 독서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보건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가 개학을 한 달 정도 연기하는 초유의 사태에 이어 도서관과 미술관이 문을 닫았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에서 4관왕에 올랐지만 극장은 텅 빈 모습이다.

이후 만난 50대 초반의 사회인 2명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이 버티지 못해 구조조정을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공기업을 중심으로 임원들의 임금을 삭감해 고통 분담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SK, LG, CJ, 두산, 롯데, 신세계, 한화, 효성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식당이나 슈퍼마켓, 편의점에 손님이 없어서 월세를 내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월세를 감면해주거나 깎아주는 일도 볼 수 있다.

 

 

영화 '인페르노' 포스터 (사진=UPI코리아)

 

우리나라는 치사율이 낮은 편이지만, 치사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이 경험할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 영화 한 편을 집에서 봤다. ‘파 앤드 어웨이’ 를 연출한 론 하워드 감독의 ‘인페르노’다. 2016년 개봉한 영화로 톰 행크스, 펠리시티 존스 등이 출연한다. ‘인페르노’는 하버드대 기호학자인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 분)이 억만장자 생물학자의 바이러스 유포 계획을 막는 스릴러 영화다. 이 과정에는 단테의 지옥과 관련된 글과 그림이 등장한다. 할리우드의 명감독인 론 하워드는 코로나19 사태를 예견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이는 신종 바이러스 등장으로 인한 인류의 위협이라는 묵시록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백신이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공격에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60억원을 투입해 치료제와 백신을 연구한다고 한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의 항체 후보군 300종을 확보해 오는 7월 인체 투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국가, 제약기업들도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성찰은 인간이 자연을 이용하는 정도의 한계를 초월했을 때 변이를 만드는 자연의 역습으로부터 우리가 언제까지 안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대란으로부터 안전하려면, 제2, 제3의 코로나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자연과 공존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려고 하는 현명한 철학, 그를 토대로 한 경제와 사회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태양의 폭발, 거대한 유성과의 충돌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인류의 멸종 외에, 우리 스스로 우리를 죽이는 비극적인 시나리오부터 도망칠 수 있는 방법일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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