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제공조 본격화 되나...文대통령, 미국·유럽·중동 정상들과 소통

트럼프 “韓 의료장비 지원해달라”…스페인총리 “한국의 코로나 대처 방법 배우겠다”

심원섭 기자 2020.03.25 10:05:56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저녁(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한미 간 공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통화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저녁(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한미 간 공조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통화를 하는 등 이달 들어 터키·UAE·이집트·프랑스·스웨덴·스페인·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국 정상들과 잇따라 통화하는 등 국제공조 강화를 위해 정상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제안으로 이뤄진 이날 오후 10시부터 23분간 통화에서 양 정상은 코로나19의 국제적 확산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한국이 의료장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는지를 물었고, 이에 문 대통령은 “국내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답하면서 “(지원을 위해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중 승인이 될 수 있도록 즉각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기준 4만명이 넘어서는 등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코로나19 관련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한 것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및 의료 상황 등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 정상은 최근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가 국제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였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며 도쿄올림픽 연기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고 아울러 오는 26일로 예정된 G20(주요 20개국) 특별화상정상회의와 관련한 대화를 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정상들의 단합된 메시지 발신이 중요하다”며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각국의 방역활동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역 활성화와 기업인의 활동 보장 등 국제 협력 방안이 심도 있게 협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G20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서 잘 대화해 보자”고 화답하며 통화를 마쳤다.

문 대통령 취임 후 한미 정상이 통화한 것은 이번이 23번째이며 아울러 두 정상이 통화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며, 지난해 12월 7일 통화한 이후 108일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들어 터키·UAE·이집트·프랑스·스웨덴·스페인·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국 정상들과 잇따라 통화하는 등 국제공조 강화를 위해 정상외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모하메드 사우디 왕세자 “G20 회의서 현명한 방안 도출되기를”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왕세자 겸 부총리 및 국방장관과 통화를 갖고 이틀 뒤 열리는 G20 특별 화상정상회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코로나 사태는 단순한 보건 차원의 문제를 넘어 경제·금융·사회 전 분야로 그 위기를 확산시키고 있어 국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그런 점에서 26일 특별 화상정상회의 개최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 확산 억제를 위해서 인적 교류 제한은 불가피하지만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각국의 방역 활동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업인의 활동 보장 등 국제협력 방안이 특별 화상정상회의에서 심도있게 협의되기를 바라며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들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모하메드 왕세자는 “어떠한 문제에도 한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이번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와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방안들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한국과는 양자적 협력도 함께 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모하메드 왕세자는 G20 회의 의제로 코로나바이러스 통제 방안과 경제와 정치에 미친 악영향 최소화, 세계 무역교류를 꼽으며 “G20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있다. 보건위기를 극복하고, 전 세계 성장 회복을 주도하는데 G20 국가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 말미에 한국 기업인들의 제한적 입국 허용을 요청했고, 모하메드 왕세자는 이에 “한국은 개인적으로나 사우디 국민적으로나 늘 존경과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 나라"라며 “전방위적이고 높은 수준의 교류를 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 도움 되는 것은 별도로 할 것이고, 사우디가 필요한 것은 요청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도 전화 통화를 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양국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부터 20분간 이뤄진 스페인 총리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전세계적 도전이고 한 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방역과 치유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국제사회와 적극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이번 주 목요일(26일)에 개최되는 G20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의 단합되고 일치된 메시지가 세계에 발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국제 협력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산체스 총리는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큰 성공에 축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에서 한국의 혁신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운동과 위기에 대처하는 한국의 방식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산체스 총리는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대유행’은 지역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문제”라며 “각국이 개별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 경제․보건 문제에 대해 각국이 통일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코로나 백신 개발에도 다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체스 총리가 스페인 내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한국 전염병 전문가와의 화상회의 개최 및 한국 의료물자 지원을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국제 공조 차원에서 가능한 범위 내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양국 경제인들 간의 필수적 교류는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총리님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제한적인 기업인 입국 지원을 요청하자, 산체스 총리는 "세계적으로 물자와 인적 이동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무역 물자와 인적 교류는 잘 일어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통화를 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우리 측에 진단 키트 등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13일 문 대통령과 통화를 요청하고서 “한국 정부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는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프랑스도 한국이 성공적으로 취하고 있는 조치의 우수성과 그 방식을 배우고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런 ‘광폭 행보’에는 이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을 맞은 코로나19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방역적 측면에서 봤을 때나, 경제적 측면에서 봤을 때나 어느 특정 국가만 잘 대응한다고 해서 사태를 극복할 수 없고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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