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신년사 행간읽기①] 신한·KB·하나·우리금융…새해 키워드는 ‘사업모델 혁신’

4대 금융수장들, 핀테크 넘어 ‘금융·테크융복합’으로

이성호 기자 2020.01.13 10:20:47

올해 금융권의 경영 키워드는 ‘사업모델 혁신’으로 모아진다.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각사, 연합뉴스)

국내 주요대기업들이 신년사를 통해 던진 화두는 ‘혁신을 통한 위기 돌파’였다. 미중 무역 분쟁과 중동 사태 장기화,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내수침체 등 나라 안팎으로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변화를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자는 것. 이에 CNB는 기업·산업별로 신년사에 담긴 의미를 분석해 연재한다. 첫 번째는 사업 다각화에 나선 4대 금융그룹이다. <편집자주>

저성장·저금리에 전망 어두워
신년사 통해 사업다각화 주문
“기존 틀 깨는 혁신만이 살길”


새해 금융산업 전망은 썩 밝지 않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한국금융연구원 등은 올해 저성장·저금리 영향이 전 금융권에 미치면서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취약계층의 연체율 상승과 한계기업의 부실화 우려는 더욱 커지고 특히 가계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예대율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증가폭이 축소되며, 가계부채 및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 등의 영향을 받아 성장세가 꺾일 전망이다.

비은행업권 역시 녹록지 않다.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저축성보험 판매 감소, 경기둔화에 따른 보험가입 여력 위축, 보험해약률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증권은 자산관리부문보다 IB부문의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나 우발채무 급증에 따른 위험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사 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앱 하나만 설치하면 해당 은행은 물론 본인이 보유한 모든 은행의 계좌 서비스 업무를 볼 수 있는 공동결제시스템(오픈뱅킹) 전면 시행과 케이뱅크·카카오뱅크에 이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 스몰라이선스 도입, 운용사 신규인가 기준 완화 등 금융권의 진입규제가 대폭 완화되면서 고객 유치 경합은 필연적이다.

이에 올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 키워드는 ‘사업모델 혁신’으로 모아진다. 차별적이고 새로운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리셋 가동할 때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사진=하나금융)

“더 이상 ‘손님의 기쁨’이 아닌 ‘모두의 기쁨’을 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그룹의 사업모델과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경자년 새해를 맞아 리셋(Reset)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가치관의 변화와 기술의 발달 속에서 과거 10년의 성공 방식이 다가오는 10년의 성장과 생존을 담보해줄 수 없다는 얘기다.

사업모델의 경우 하나금융의 강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사회와 손님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든다는 것. 디지털금융혁신을 선도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금융소외 계층을 지원하며 혁신금융 생태계를 조성해 국가 혁신성장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또, 디지털과 협업을 통해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손님과 직원의 경험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권의 경계를 허물고, 내부의 사일로(Silo)를 넘어서는 사업부문제를 통해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꾀하고 고객 경험과 상품도 처음부터 끝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함은 물론 RPA, 클라우드 등 기술을 통해 업무프로세스의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것.

리셋을 위한 구동력은 협력과 소통이다.

김 회장은 “손님과 동료, 모든 이해관계자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협력하고, 일에 흥미를 갖고 몰입하면서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스마트 프로젝트 완성”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진=신한금융)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3년 간 ‘2020 SMART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경영전략인 SMART는 S(Specific,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구체적이고 명확히 제시), M(Measurable, 측정 가능한 정략적 관리지표 설정), A(Action-oriented, 구체적 실행계획 및 과제 수립), R(realistic, 목표는 높게 달성가능한 도전적 목표 설정), T(Time-based, 구체적 달성기한을 설정) 등으로 설명된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자회사 편입, 인공지능 투자자문 신한 AI 설립 등 외형을 확장했고 퇴직연금 사업부문 도입, 그룹 부동산 사업라인 구축 등 쇄신을 가했다.

올해는 ‘2020 SMART Project’를 완성하는 해이자 세계가 인정하는 금융그룹(일류 신한)으로 도약하기 위한 원년으로 삼았다.

조 회장은 “프로젝트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 다시 한 번 One Shinhan으로 하나가 돼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힘차게 도약해야 한다”며 의욕을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신뢰·개방성·혁신 등 금융삼도를 제시했다. 특히 단순히 최신 디지털 기술을 수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시도만으론 부족하다는 인식으로 핀테크,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확장·강화를 위해 국내와 해외,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전략적 M&A를 꾸준히 모색한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다양한 글로벌 기업·기관들과 협력해 혁신 기업의 해외 진출을 A부터 Z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함은 물론 디지털 분야의 오픈 이노베이션, 개방형 전문인재 채용 등 모두와 손잡고 상생한다는 가치를 내걸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차별화만이 살길”

 

윤종규 KB금융 회장. (사진=KB금융)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내세운 2020년 경영전략 방향은 ‘L.E.A.D’다.

그룹의 핵심 경쟁력 강화(Level up the core), 사업영역 확장(Expansion),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KB 구현(Active & Creative KB), 고객중심의 디지털 혁신(Digital Innovation-customer centric)을 꾀하겠다는 것.

윤 회장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며, 신중하게 접근하되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사업은 동남아와 선진시장의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더욱 확대하고, 경쟁사와 차별화된 인오가닉(Inorganic) 성장 전략을 통해 네트워크를 강화함은 물론 오가닉(Organic) 확장도 지속할 요량이다.

선진 금융사와의 협업으로 CIB, WM, 자산운용 부문의 경쟁력도 더욱 향상시키고 특히 KB의 미래성장을 이끌어 나갈 신 수익원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시장을 선점하고,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리브모바일’을 통해 서로 다른 업종과의 협업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편, 윤 회장은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극복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장을 선도하는 ‘Leader’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다면 경쟁자에 뒤처진 ‘Follower’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이에 은행은 대출 포트폴리오 개선과 비용구조 혁신을 통해 확고한 1위를 달성하고 증권은 핵심 성장 비즈니스에 역량을 집중, 손해보험은 내재가치와 신계약가치 중심의 ‘가치경영’ 체계를 유지, 카드는 신사업과 글로벌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기반을 다변화 하는 등 주요 계열사들이 업권 내 Top-tier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1등 금융그룹 달성”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은 지난해 지주사를 출범시키며 그룹 체제로 새롭게 태어났다.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을 통해 2개의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사를 그룹에 편입시켰고, 해외 네트워크도 474개까지 늘리는 등 종합금융그룹을 표방하며 한발 한발 전진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올해 경영목표는 ‘고객신뢰와 혁신으로 1등 종합금융그룹 달성’이다.

먼저 눈여겨 볼 전략은 사업포트폴리오 강화다. 손 회장은 “그룹체제 2년차를 맞아 전략적 M&A를 지속 추진해 나가고 내부등급법 승인을 통해 BIS비율도 더욱 안정화될 것”이라며 “캐피털이나 저축은행 등 중소형 M&A 뿐만 아니라, 증권이나 보험 등 그룹의 수익성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 확대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지난해 그룹 내 CIB가 새롭게 출범하고 자산운용사가 신규 편입된 만큼 그룹사간 협업을 통해 IB시장에서 우리금융그룹의 존재감을 드러냄과 동시에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전면적인 혁신을 통해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해외사업 역시 점차 확대중인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활용, 고성장 유망지역에는 그룹사 공동 진출을 추진하는 등 양적 성장을 지속하고 동남아 지역에서는 안정적인 영업기반이 다져진 만큼 글로벌 리스크관리를 기반으로 질적 성장에 더욱 속도를 높여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룹체제 전환의 성패는 결국 시너지 창출에 달려있다.

손 회장은 “종합금융그룹의 기틀이 마련된 만큼, 그룹사간 협업을 강화해 새로운 영업기회를 발굴하고, 그룹 차원에서 총괄 운영 중인 글로벌, 디지털, CIB, 자산관리, 연금 5대 사업은 각 그룹사에서 최고의 역량을 모아, 시장 우위의 경쟁력을 만드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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