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CEO] “지금이 골든타임” 김형 대우건설 사장의 혁신 1년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내년 비장의 무기는?

정의식 기자 2019.11.29 15:05:10

김형 대우건설 사장.(사진=대우건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건설업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대우건설이 대대적인 기업혁신을 진행하고 있어 주목된다. CNB는 올 한해 가장 주목받은 CEO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편은 김형 대우건설 사장 이야기다. <편집자주>

회사주식 매입하며 ‘혁신’ 의지 천명
‘주인없는 기업’ 오명 딛고 개혁 속도
내년 ‘턴어라운드’ 발판 마련해 주목


지난해초 매각이 무산된 후 ‘기업가치 상승’의 특명을 받고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취임한 지도 1년 반이 지났다. 본격적인 임기 첫 해인 2019년 대우건설은 조직개편과 브랜드 리뉴얼, 본사 이전 등 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해외수주도 크게 늘렸다. 3분기 누적 실적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은 줄었지만, 내년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김 사장의 지상과제는 2000년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금호그룹, 산업은행 등 여러 인수자를 거치며 안정을 찾지 못한 대우건설을 빠르게 안정화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해 재매각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취임하자마자 빠르게 일련의 기업가치 제고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새로운 비전 ‘빌드 투게더(Build Together)’를 선포하고, 2025년까지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5000억원 달성, ‘글로벌 톱20 건설사’ 진입 등을 전략목표로 제시했다. 11월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혁신 작업을 주도하는 기업가치제고실과 리스크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수주심의실을 만들었다.

 

1월 2일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를 비롯한 집행임원들이 출근길 임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복주머니를 전달하며 시무식을 대신했다.(사진=대우건설)

올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밝힌 김 사장의 각오는 결연했다. 그는 “올 한해 우리가 당면한 경영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가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회사주식 20만주 매입’은 그런 의지의 표명이었다. 올 2월 김형 사장을 위시한 대우건설 임원진 33명은 20만주에 달하는 대량의 회사주식을 장내 매입했다. 이 매입은 우리사주조합 방식도 아니어서 기업가치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기관 및 일반투자가에게 전달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브랜드 리뉴얼 이어 신사업 도전

3월에는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의 리뉴얼이 이뤄졌다. 2003년 탄생한 푸르지오의 3번째 변신이었다. 명칭은 그대로 이어졌지만, 브랜드의 형태와 철학을 모두 새로 정립했다. 브랜드 로고 생상이 기존 초록색에서 고급스러움을 상징하는 검은색이 좀더 추가된 ‘브리티시 그린’으로 바뀌었으며, 형태도 기존의 ‘P’ 모양 나무에서 원형이 추가됐다.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6년 만에 TV 광고가 재개됐다.

리뉴얼 이후 부진했던 수도권 도시정비 시장에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6월 장위6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됐으며, 7월에는 서울 고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다.

 

리뉴얼 푸르지오 TV CF.(사진=대우건설)

신사업도 적극 추진했다. 7월 대우건설은 국토교통부에 리츠자산관리회사(AMC) ‘투게더투자운용’의 예비인가를 신청하며 신사업 ‘자산운용업’에 진출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사업을 수행하며 확보한 여러 자산을 운용해 2025년까지 20개 이상의 리츠를 운영하고, 자산운용 규모를 4조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선박대여업과 장비임대업도 새로 시작했다. 대우건설은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에 선박 대여업을 추가했는데, 이는 국내외 항만, 방파제 등 해상공사에서 사용하는 바지선, 예인선, 해상크레인 등의 선박을 대여하는 사업이다.

장비대여업은 베트남 국영건설사 ‘CC1’과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CC1과 협력으로 베트남은 물론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매출 줄었지만, 신규수주 크게 늘어

실적은 아쉬운 감이 있다. 2018년에 산업은행 인수 뒤 최대 실적을 냈던 터라 역기저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개된 대우건설의 2019년 3분기 누계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6조3426억원을 기록해 연간 목표인 8조6400억원의 73%를 달성했다. 건설사 중에서는 현대건설(7조3011억원), GS건설(6조9171억원)에 이은 3위다.

주택건축사업부문이 3조8448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플랜트사업부문 1조 1868억원, 토목사업부문 9733억원, 베트남 연결종속기업 337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1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352억원보다 40.3% 줄었으며, 순이익도 1795억원으로 지난해 2658억원보다 34.7% 감소했다.

 

10월 21일 김형 대우건설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이라크 항만청 사파 알파야드 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이라크 코르 알 주바이르 침매터널 제작장 조성공사 계약서를 들고 있다.(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 관계자는 “2016년 회계법인 의견거절과 2018년 분양사업 지연으로 인한 수주감소 영향으로 최근 일시적으로 매출감소가 일어난 것”이라며 “올해 이라크 컨테이너터미널과 침매터널 제작장 수의계약 등 양질의 해외사업 수주가 지속되고 있고 주택건축사업과 베트남 개발사업 등 수익성이 좋은 사업부문의 매출이 이어지고 있어 내년부터 경영실적 반등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신규수주는 호조를 보였다.

대우건설은 3분기까지 7조4226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목표인 10조5600억원의 70% 수준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조7061억원보다 10.7% 증가한 수치다. 대우건설의 10월말 기준 수주잔고는 32조5531억원으로 약 4년치 일감이며, 이는 지난해 말 30조 4135억원보다 약 2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2020년 ‘턴어라운드’…재매각 ‘시동’

지난달 14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우건설 재매각에 대해 “2년 정도를 거쳐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가치를 높여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7~2018년 진행된 매각 과정에서 잠재적 매수자를 모두 접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원래 계획했던 ‘2020년 재매각’은 쉽지 않다는 것.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4월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그간 사모펀드 형태로 보유하던 대우건설 지분을 7월경 모두 넘겼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 역시 지난 7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제일 중요한 추진 과제는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며 대우건설의 매각을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바 있어 매각은 2021년 이후의 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재매각까지 대우건설이 충분한 기업가치 상승을 이뤄내는 일이다. 과연 채권단과 대우건설의 기대처럼 2020년에 본격적 실적 반등이 일어날 수 있을까? 증권가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이 조성 중인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시티 전경.(사진=대우건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았지만 내용은 양호하다”며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턴어라운드(큰 폭의 실적 개선)가 임박했다”고 분석했다. 채 연구원은 “나이지리나 NLNG7, 모잠비크 LNG #1, #3, 카타르 LNG EPC 등의 수주가 예상되고, 이라크 알 포 항만 확장, 침매터널 제작장 수주 등으로 나이지리아, 이라크, 베트남 등에서 해외성장이 기대되며, 국내서도 하남감일, 수원망포, 김포풍무, 아산탕정,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사업풀이 풍부하다”며 목표주가 6000원을 유지하고,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조정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LNG액화플랜트, 베트남개발사업 등 여러 성장 모멘텀에도 해외사업 원가율이 안정적이지 않아 주가가 부진하다”면서도 “2020년 하반기부터 수주잔고의 매출화와 수익률 개선이 진행되면서 해외사업 원가율 안정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주택부문에서 성장성을 확보해 하반기부터 기초체력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 6000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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