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현장] 롯데·신세계·한화…유통가는 지금 ‘11월의 크리스마스’

일찍 온 산타클로스…불황 때문?

선명규 기자 2019.11.14 16:19:09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별마당 도서관에 설치된 변대용 작가의 '꿈의 여정' (사진=선명규 기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아직 달력이 두 장이나 남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예년보다 성탄절이 빨리 찾아온 유통가 이야기다. 눈 돌려 보면 산타클로스가 있고 올려다보면 트리가 있다. 가을에 묶어 두기도, 겨울이 왔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요즘. 성큼 찾아온 ‘성탄 무드’를 CNB가 담았다. (CNB=선명규 기자)

백화점·쇼핑몰은 이미 “흰눈 사이로”
예년보다 화려한 풍경…산타랠리 중
불황 깊어지며 앞당겨진 ‘성탄 특수’
‘소비 침체의 역설’ 같아 씁쓸하기도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잠실동. 맑음. 15℃’

지난 11일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스마트폰 날씨 앱을 켜자 이 같은 정보가 흘러나왔다. 나열된 단어만 보면 완연한 가을 날씨. 하지만 이날 타워 앞 아레나광장에는 만추(晩秋)마저 밀어내려는 듯,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돼 행인들의 인증샷을 재촉하고 있었다. 실제 나무가 아닌 수 천 개의 LED가 발광하는 디지털로 제작됐고, 높이 14미터 꼭대기에 ‘스와로브스키 별’이 달린 것이 특징. 머리부터 발끝까지 빛을 발하는 ‘번뜩이는 트리’다.


차별점은 관상용만은 아니라는 것. 트리 하단에 교통카드를 대면 세계자연기금에 1000원이 기부되는 ‘착한 나무’이기도 하다.

 

롯데월드타워 앞에 설치된 디지털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는 이달 초부터 단지 일대를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나는 형태로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두 달 동안 ‘LOVE INACTION STARRY NIGHT(실천하는 사랑, 별이 빛나는 밤)’를 주제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해 질 녘부터 타워와 쇼핑몰 벽면을 활용해 멀티미어쇼를 펼치는 것이 대표적.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10분 간격으로 8분 동안 화려한 조명쇼를 선보인다. 타워와 쇼핑몰을 잇는 5층 샤롯데브릿지 하단에는 고보 라이트(GOBO LIGHT)를 설치해 광장 바닥에 별빛 조명을 투사한다. 땅바닥부터 높다란 외벽까지 온통 ‘별처럼 반짝’(starry)이는 것이다.

임아란 롯데물산 디자인팀장은 “올 겨울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하는 모든 고객들이 이색적인 디지털 크리스마스 연출과 나눔의 기쁨을 함께 즐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 작가는 꿈을 찾아 나선 북극곰 가족의 모습을 동화적으로 표현했다. (사진=선명규 기자)


새옷 갈아입은 쇼핑몰·백화점들

지금, ‘11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이처럼 쇼핑몰이나 백화점 같은 유통가다. 함박눈이 내리고 산타클로스가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는 듯한 조형물이 설치돼 성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전 점(하남·코엑스몰·고양)에 크리스마스 관련 이벤트 시설과 전시작품을 내걸었다.

지난 11일 코엑스몰 별마당도서관을 찾았을 때는 난데없는 북극곰들이 눈앞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높이 11미터 금색 트리가 그 뒤로 우뚝했고 새하얗거나 분홍빛인 형형색색의 눈이 천장에 매달려 극지방의 정취를 완성해 뿜어내고 있었다. 이 작품은 변대용 작가의 ‘꿈의 여정’으로, 꿈을 향해 가는 북극곰 가족의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연말,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어떠한 환경에 직면해도 꿈과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스타필드 고양은 대형 레고 체험존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고양점은 레고로 동심과 덕심(덕후+心)을 자극한다. 지난 12일부터 1층 중앙 아트리움에 레고 체험존을 마련해 운영 중인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크리스마스 트리 형상이다. 길이가 34미터에 달해 가로누운 거목처럼 보인다. 이 안에는 5미터 높이의 레고 트리, 브릭 수영장, 산타 하우스와 양말 모양의 포토존, 레고 미끄럼틀 등 체험하고 관람도 할 수 있는 시설물들이 담겨있다.

하남점에선 오는 18일부터 ‘크리스마스 스위트 가든’을 선보인다. 가든 중앙에 츄파츕스, 멘토스 등 캔디 브랜드로 제작한 높이 10미터의 크리스마스 트리 하우스를 마련하는 것. 일정 시간이 되면 트리 상단의 창문에서 캐릭터들이 등장해 음악에 맞춰 인사를 한다. 내부에는 벽난로, 트리, 사탕 등으로 채운 포토존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창승 신세계프라퍼티 마케팅 담당은 “꿈을 찾는 여정부터 달콤한 꿈의 정원, 레고로 만드는 새로운 세상까지 다양한 꿈들이 이뤄지는 스타필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레고 체험존은 포토존 역할도 한다. (사진=선명규 기자)


‘얼리 크리스마스’의 이면에는…

백화점들의 외관도 바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외벽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린 디스플레이를 설치했고,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성탄절을 즐기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이 담긴 3분6초짜리 콘텐츠를 미디어 파사드로 연출하고 있다. 한화그룹(한화갤러리아)의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과 함께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의 외관을 화려한 빛이 감도는 형태로 바꿨다.

유통업체들이 이처럼 한 달 넘게 남은 ‘X-마스 무드’를 앞당겨 키우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이 현상을 불황 타개를 위한 자구책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진 데다 이달 들어 진행 중인 코리아세일페스타도 예상 외로 부진해 탈출구가 필요했다”며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연말, 그중에서도 성탄 특수를 보다 빨리 노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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