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여야 5당대표, 115일만의 靑회동…메뉴는 막걸리·돼지갈비

文대통령 “日 경제침탈과 지소미아에 초당적 협력 필요…여야정 상설협의체 복원하자”

심원섭 기자 2019.11.11 10:23:01

문재인 대통령이 모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 성격으로 10일 여야 5당 대표를 지난 7월 18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자 만난 지 115일 만에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주최한 만찬 회동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예정시간을 1시간여 넘긴 2시간55만에 끝났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문 대통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모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 성격으로 10일 여야 5당 대표를 지난 7월 18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자 만난 지 115일 만에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주최한 만찬 회동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예정시간을 1시간여 넘긴 2시간55만에 끝났다.

문 대통령은 각별하게 사의를 전하고자 숙소인 관저에서 만찬을 대접했고, 여야 5당 대표는 미소와 함께 인사하며 초청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으며, 특히 이날 만찬에 약주와 함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추천한 막걸리 등 두 종류의 술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만찬 메뉴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해 돼지고기 소비를 장려하자는 뜻으로 돼지갈비 구이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정무적인 의미는 배제한 채 여야 대표에게 예우를 다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이번 만찬을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하고, 회동의 분위기 정도가 담긴 짤막한 영상과 사진만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정의당 심상정·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등과 사전 환담을 했으며,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만이 배석한 가운데, 환담장에 들어선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밝은 표정으로 황 대표와 악수하며 인사하는 것으로 회동이 시작됐다.

문 대통령이 모친상 조문에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찰개혁 법안 및 선거제 개혁안 처리 문제 등 여야 간 입장차가 첨예한 국정 현안이 적지 않았던 만큼 이와 관련한 논의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문 대통령은 1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문제와 관련해 “선거제 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리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간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가 있지만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해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다”면서 “패스트트랙에 올라갔지만, 협상은 열려 있는 것 아니냐. 국회가 이 문제를 협의해서 처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선거법에 대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한국당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지적하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정치협상회의도 있고 여러 단위 메커니즘이 이는데 한반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으며, 이 과정에서 황 대표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간 고성도 오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또한 문 대통령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개와 관련해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복원하여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자”고 제안하자 황 대표는 “당에 돌아가서 긍정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하는 등 여야 5당 대표는 대체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민주당은 전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북미회담이 어긋나면 국면이 빠르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금강산관광 문제도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재개 입장을 발표 한다든지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심 대표의 지적에 “북미회담이 아예 결렬됐거나 그러면 조치를 했을 텐데 북미회담이 진행되며 미국이 보조를 맞춰달라고 하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미대화도 시간이 많지 않단 것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간 이른바 ‘하노이 노딜(No deal)’과 관련해 “미국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핵 능력의 80%라고도 하고, 전문가들에 따라서는 최소 50%라고도 하는데 (북한이) 그 부분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외부 전문가들이 와서 검증하는 가운데 뜯어내겠다면 그것은 상당히 대단한 것인데 하노이에서 그것이 타결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경제침탈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는 초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본처럼 우리도 한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와 관련해 “지소미아와 화이트리스트 철회는 모순이 된다. 수출 무역 문제를 안보 문제와 연계한 것은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면서 “지소미아 문제 같은 경우는 원칙적인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일본이 안보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해서 수출규제를 했는데 지소미아는 기본적으로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면서 “수출 규제와 지소미아는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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