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2019 국감, ‘국정감사’인가? ‘조국감사’인가?

정의식 기자 2019.10.03 08:09:27

2019국정감사가 시작된 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춘석 위원장이 국감 시작을 알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의정 사상 유례없는 초장기 ‘태업’으로 임기 대부분을 낭비한 20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2일 시작됐지만, 이번 국감 역시 국민의 여망과는 관계없는 소모전으로 마무리될 조짐이 보인다.

원인은 물론 ‘조국’이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부인과 딸 등 일가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표창장 위조 논란, 사모펀드 논란 등이 모든 상임위의 가장 큰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는 탓이다.

일단 국감 첫날 주요 상임위원회는 본격적인 감사를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예년 같으면 국감 이전에 마무리됐을 증인 채택 문제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4곳에서 조 장관 관련 증인 채택 문제를 두고 여야 국회의원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문체위에서 대립이 심각했다. 자유한국당은 조 장관 딸이 인턴을 했던 서울대 법대 산하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부인 문경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자 자한당 의원들은 25분 만에 집단퇴장하는 파행을 연출했다.

기재위, 정무위, 과방위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기재위 국감에서는 자한당이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와 전 제수씨 조모씨 간 부동산 거래의 위법성을 살펴보겠다며 국세청 국감에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정무위에서는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관련 증인 채택을 두고, 과방위에서는 버스 공공와이파이 사업자의 증인 채택을 두고 대립이 이어졌다.

문제는 조국 이슈가 이 4곳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 17개 상임위원회 중 무려 13곳이 이번 국감에서 조국 이슈를 다룰 전망이다.

 

앞서 열거한 4곳 외에도 운영위원회, 법제사업위원회, 교육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이 사모펀드, 세금면탈, 포털 댓글 조작, 중소기업 특혜 등의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나섰다.

 

국감 기간 내내 모든 상임위가 조국 관련 이슈만 다룰 태세다. 이쯤 되면 ‘국정감사’가 아니라 ‘조국감사’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사실 이미 그렇게 부르는 매체들도 있다.

물론 그 많은 이슈 중에는 꼭 짚고 넘어가야할 이슈도 있고, 증인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우 법무부의 업무가 주요 사안인 만큼 조국 법무부장관의 향후 검찰개혁 방향과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자체 개혁안 등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 외의 사안들은 사실 국감 이슈로 삼기에는 너무 개인적이고 당리당략적이다. 지나치다보니 오히려 반대측의 주장에 설득력이 실릴 우려까지 든다.

이를테면 외교통일위원회는 조국 딸의 몽골 해외봉사가 진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KOICA(한국국제협력단)를 조사할 예정인데, 이미 KOICA는 지난달 3일 검찰에 의해 같은 사안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남북 문제는 물론 일본과의 무역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외교부와 산하기관에 물어볼 사안이 고작 한 젊은 여성의 수년 전 봉사기록의 진위를 입증하는 것이어야 할까?

이런 상황을 보다보면 우리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의 본질을 크게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감사나 국정조사가 대상으로 삼는 ‘국정’은 ‘의회의 입법작용 뿐만 아니라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국가작용 전반’이다. 또,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서는 안된다.

조국 일가의 일거수 일투족에 과도하게 매몰된 것처럼 보이는 이번 국정감사가 과연 이런 법률 조항들을 신경이나 쓰고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또 하나 궁금한 것. 조사·수사의 권한을 가졌다는 이유로 타인에 대해서는 단죄를 서슴지 않지만 정작 스스로의 범죄나 의혹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 혹은 집단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의문이다.

“Who watches the Watchmen?”
“감시자들은 누가 감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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