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항해, 무엇이 중요할까?

손정호 기자 2019.09.05 10:14:55

사진=연합뉴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전이 시작됐다. 금호그룹의 핵심기업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와 경영진 사이의 갈등으로 결국 새로운 주인의 품으로 떠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라는 측면에서 앞으로의 인수전과 향후 경영 정상화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승객과 화물 등 항공업은 산업과 시민들의 삶을 책임지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3일 예비입찰을 마무리했다. 당초 아시아항공의 새 주인으로는 국내 10대 기업인 SK와 한화 등이 두루 거론됐지만 이들은 끝내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애경그룹, 대한항공의 2대주주인 국내 사모펀드 KCGI가 참여한다. 어느 곳이 아시아나항공을 새 가족으로 맞이하든 적지 않은 의미를 줄 것으로 보여서, 이번 인수전은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해도 무방해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증권사다. 코스피시장이 대외 불안요인이 가중되면서 큰 힘을 쓰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증권업계는 투자은행(IB) 등 기업과 대형투자자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일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2위 항공사답지 않게 재무구조가 좋지 않아서, 미래에셋대우처럼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새 주인을 통해 건전한 재무구조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삼성 호텔신라와 함께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다. 이부진 대표가 이끄는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면세점 사업은 경제계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만큼, 현대산업개발의 새로운 콜라보레이션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애경그룹은 백화점과 화학, 제주항공 등을 포트폴리오로 두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역에 연고지를 둔 항공사이지만, 재무구조가 건전한 알짜배기 기업으로 통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제주항공처럼 규모가 조금 작더라도 이익을 창출하며 흑자구조를 영위하는 일에 만족하고, 그런 선순환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적합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KCGI는 최근 오너 리스크가 일었던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짧은 시간에 최대의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무리한 인수합병과 매각 등을 하기도 한다. KCGI는 국내외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고민하는 많은 기업, 항공업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항공사와 물류, 항공기 리스, IT 등 다양한 업종의 투자자들과 함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행동주의 펀드로 불리는 KCGI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원 가족들의 삶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을 하지 않는 펀드와 조금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유럽 지역에서 이뤄지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결합한 새로운 주주 자본주의 등 보다 선진적인 기업과 소유, 사회의 공생에 대한 고민을 토대로 투자와 주주의견 등을 제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예정매각가는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로 오랫동안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 기업이 이번 매각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아시아항공의 새 주인은 무리한 욕심을 내기보다는 기존 사업과 효율적으로 어우러져 직원, 지역사회, 시민들과 선순환하는 고민을 먼저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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