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참 이상한 분양가상한제… LH ‘10년공공임대’는?

누구는 ‘로또’ 누구는 ‘폭탄’, 이래서야…

도기천 기자 2019.08.08 08:50:08

(CNB=도기천 편집국장) 같은 공공주택인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곳이 있고 안 되는 곳이 있다?

1년 넘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10년공공임대’ 얘기다. 10년공공임대는 10년간 월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뒤 분양전환 되는 아파트인데, 이 기간 동안 집값이 폭등해 쫓겨날 처지가 된 세입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도 판교지역이다. 2009년~2010년 사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10년 공공임대 단지에 입주한 5천여 가구가 당장 올해와 내년 분양 전환을 앞두고 있다. 부영 등 민간건설사 물량까지 합치면 6천 세대에 이른다.

판교 집값은 이들이 입주한 10년 동안 세배 가까이 올랐다. 분양전환가 기준이 시세에 육박하는 ‘감정평가액’이라 세입자들은 결사항전에 나선 상태다. 대규모 시위와 청원이 계속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수백명이 LH 경기지역본부 사옥까지 몰려가 항의했다.

판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LH공사가 공급한 10년공임아파트는 전국적으로 11만 가구(2018년 기준)에 이른다. 수십만 무주택서민의 주거 생존권이 달려있다.

서민 두번 죽인 국토부

이런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까지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국토부는 다음주에 세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택지비와 건축비, 건설사의 이윤 등을 산정해 적정분양가를 정하는 제도다. 현재 공공택지 분양은 상한제 적용을 받고 있는데 이를 민간택지에도 확대한다는 것. 건설사의 과도한 이익을 막고 주택가격을 안정시켜 서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자는게 제도 취지다.

따라서 임대기간 만료로 분양전환되는 10년공임에도 당연히 이 제도가 적용될 줄 알았다.

하지만 김 장관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10년 전 계약을 지금에 와서 바꿀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앞서 분양전환된 민간주택 세입자들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것.

이 말은 사실과 다르다.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제26조에는 “10년공공임대의 분양전환가격은 감정평가금액(감정가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따라 이미 분양전환된 3만3000호 중 대부분은 감정가액보다 훨씬 저렴한 확정분양가(시세 상승에 상관없이 사전에 확정된 가격)로 분양전환됐다.

따라서 LH가 고집하고 있는 감정가액보다 낮게 분양전환하는 게 오히려 형평에 맞는 것이다. 세입자들은 김 장관을 업무방해·사기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경기도 판교의 10년공공임대 단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CNB포토뱅크) 
 

‘분양가상한제’ 입법취지 되새기길

논란이 커지자 LH는 조기분양, 임대기간 연장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조기분양은 10년만기가 도래하지 않아도 세입자들이 원하면 분양해 주겠다는 것. 10년공임으로 공급된 세종시의 한 단지가 지난달 LH로부터 처음으로 조기분양이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안된다’던 LH가 갑자기 전향적으로 돌아선 것은 최근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분양전환가를 낮추라는 여론이 커지자 조기분양 카드를 꺼낸 것. 이는 조기에 분양을 해주더라도 감정가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향후 모든 지역 분양전환에 ‘감정가’ 선례를 남기겠다는 꼼수로 읽힌다. ‘일보후퇴 십보전진’인 셈이다.

‘임대기간 연장’에도 함정이 숨어있다. 분양전환 받을 형편이 안되는 세입자에게 4년간 더 거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인데, 조건이 ‘우선분양권 포기’다. 4년 뒤 높은 가격에 일반에 분양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면 국토부와 LH가 서민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이 맞나하는 생각이 든다.

분양가상한제의 기본정신은 건설사의 폭리와 기획부동산의 가격담합 등 시장교란행위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인 의식주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더구나 10년공임 세입자들은 수년, 수십년 부은 청약통장으로 당첨돼 내집 마련의 꿈을 키워온 서민들이다. 10년전보다 두세배 오른 가격에 분양받으라는 말에 거리에서 피눈물을 쏟고 있다. 이들이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누가 정부의 공공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국토부는 공공정책의 흐름과 정신에 맞게 유연성을 갖길 바란다. 마침 며칠전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국토부에 전향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하니 서두르기 바란다. 같은 공공분양인데 누구는 로또, 누구는 폭등한 가격을 떠안을 순 없지 않은가.

(CNB=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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