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강남 재건축…건설사들 생존전략은?

분양가상한제 ‘학습효과’, 이번에도 먹힐까

정의식 기자 2019.07.22 16:27:10

재건축 준비 중에 분양가 상한제 예고에 긴장하고 있는 서울 잠실 주공5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에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거래가 끊기고 호가가 하락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강남권 재건축조합이며, 그 외 수도권 대부분의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영향권 안에 든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건설사들은 위기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CNB=정의식 기자)

‘상한제’ 소식에 주택시장 ‘급랭’
대형건설사 주가 줄줄이 하락세
과거사례 볼때 ‘반등’ 불씨 여전


지난 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내 부동산‧건설업계에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금 서울 같은 경우 분양가 상승률이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의 2배 이상으로 높다”며 “분양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인데, 무주택 서민들이 부담하기에는 분양가가 상당히 높은 게 사실이어서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 요건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구체적 적용 방법까지 설명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8일 오전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양가 상한제 확대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는 지난 1963년 공영주택 부문에 도입된 이후 1977년 민영주택으로 확대됐으나 1999년 1월 IMF 이후 건설업계 위기 해소를 이유로 전면 자율화됐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집값 상승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2007년 재도입됐고, 이후 7년 간 유지돼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2월 여야의 합의로 폐지됐고, 이후 부동산 과열 현상이 재연됐다.

올해 들어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는 건, 지난해 9·13 대책 등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부동산시장이 꿈틀거리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치했다간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거세게 불었던 부동산 급등 광풍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간 공공택지 아파트에만 적용되던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 아파트에 적용될 경우, 민간 아파트 분양가도 지방자치단체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심의·승인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분양가 인하가 강제될 수 밖에 없고, 주요 재건축 사업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조합과 관련 건설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강남재건축 ‘싸늘’…조합들, 유예 청원

실제로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 조짐이 알려지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엔 싸늘한 냉기가 감돌고 있다.

강남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재건축 대장주’로 알려졌던 단지는 그간 매수 문의가 넘치고 있었으나, 김 장관의 발언 이후 분위기가 일변했다. 매수 문의는 끊기고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와도 매수자들이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풍경.(사진=연합뉴스)

서초구 반포동 주공 1·2·4 주구(주택지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등 강남권을 대표하는 주요 재건축 단지들 역시 모두 거래가 끊겼다. 잠재적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다. 심지어 마포, 목동 등 비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까지 분양가 상한제의 여파가 미쳐 호가 문의가 뚝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서울시내 주요 재건축‧재개발 조합장들은 국토부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유예를 공개 청원했다. 강남 개포주공 1·4단지, 강동 둔촌주공, 서초 방배5구역과 신반포3차·경남(래미안 원베일리), 송파 진주, 은평 대조1구역, 동대문 이문3구역 등 서울 8개 단지 조합장이 17일 세종시 국토부를 방문해 이주·철거 중인 조합에 분양가 상한제를 소급적용하지 말라는 청원서를 제출한 것.

‘추풍낙엽’ 건설주, 반등 가능성 “있다”

건설사들 역시 직격타를 맞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건설사의 주가가 하락 국면을 맞았다. 특히 국내 주택사업의 비중이 큰 대우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의 타격이 컸다.

대우건설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예고가 있은 8일 4790원(종가기준)에서 22일 4465원(종가기준)으로 2주일간 약 6.8% 가량 주가가 빠졌으며, GS건설은 같은 기간 3만7900원에서 3만4900원으로 약 8.0% 줄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같은 기간 4만350원에서 3만5250원으로 무려 12.7%나 급락했다.

주요 증권 분석가들도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적용이 건설사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는 개념상 원가 수준으로 분양하라는 것이어서 개발이익이 대폭 축소된다.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후분양이든 선분양이든 원가 수준의 분양을 해야 할 것”이라며 “주요 대형 건설사의 경우 분양물량이 이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박용희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분양가격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통제 때보다 떨어질 수 있어서, 조합원 입장에서는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며 “재건축‧재개발 분양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건설업종 P/B(주당 장부가치비율) 추이.(사진=현대차증권)

반면, 일시적 주가 하락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설사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07년의 사례를 참고하면 건설업종 주가 반등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당시 1.11대책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예고되며 건설업종 전망이 급락했지만, 이후 분양가 상한제 시행기준이 구체화되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완화됐고, 건설사들의 공격적 분양, 투자 증가, 해외수주 증가 등을 통해 주가 반등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성 연구원은 “이번에도 시행기준 내용에 따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완화되고, 분양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2007년과 달리 2019년 현재는 미분양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도 크지 않은 점이 긍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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