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향년 97세 별세

DJ의 민주화투쟁 동지이자 여성운동 대부…文대통령 ”늘 시민 편이셨다“ 애도

심원섭 기자 2019.06.11 09:03:48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올해 3월부터 노환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다가 10일 오후 11시37분 향년 97세의 일기로 별세했다고 김대중평화 센터가 밝혔다. (자료사진=연합뉴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올해 3월부터 노환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다가 10일 오후 11시37분 향년 97세의 일기로 별세했다고 김대중평화 센터가 밝혔다.

이 여사는 수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지만, 최근 앓고 있던 간암 등이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주 부터는 혈압이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위중한 상황이 이어졌다.

1922년 태어난 이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를 졸업한 뒤 귀국 후에는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교편을 잡는 한편 초대 대한YWCA 총무 등을 역임하며 여권 신장에 기여한 여성운동가로 활동했다.

이어 이 여사는 1962년 상처한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뒤에는 정치적 동지로서 격변의 현대사를 함께했으며, 특히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과 납치 사건, 내란음모 사건과 수감, 가택연금 등 군사정권 내 이어진 감시와 탄압을 감내했고, 1980년 내란음모 사건 당시에는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국제적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그리고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총선과 대선에 출마했을 때 찬조연설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조력자 역할을 했으며, 독재정권 치하에서 구금됐을 때는 양심수 석방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4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70대를 넘어선 나이에 ‘퍼스트 레이디’로서 활발한 내조를 벌였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사회봉사 단체 ‘사랑의 친구들’과 ‘여성재단’을 직접 설립해 마지막까지 고문직을 맡는 등 아동과 여성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으며, 김대중 정부 후반기인 2001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첫 여성부가 출범하는 데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미경 한국국제협력재단 이사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이 김 전 대통령 발탁으로 정계에 진출하는 등 여성의 공직 진출 확대를 비롯해 여성계 인사들의 정계 진출의 문호를 넓히는 데 많은 힘을 쏟았으며,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을 동행해 영부인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총선과 대선에 출마했을 때 찬조연설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조력자 역할을 했으며, 독재정권 치하에서 구금됐을 때는 양심수 석방운동을 벌이기도 했고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4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70대를 넘어선 나이에 ‘퍼스트 레이디’로서 활발한 내조를 벌였다.(자료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김 전 대통령 재직 시절 3남 홍걸씨에 이어 차남 홍업씨까지 잇달아 구속되는 등 시련도 겪어야 했지만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재야와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중심을 잡아왔고, 마지막까지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자리를 지키며 의욕적으로 대북 사업을 뒷받침해 왔다.

미국 교회여성연합외 ‘용감한 여성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 해의 탁월한 여성상’, 무궁화대훈장, 펄벅 인터내셔널 ‘올해의 여성상’ 등 인권과 여성문제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이 여사의 장례는 가족 측의 의사에 따라 사회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이며, 장례를 주관할 장례위원회가 구성된 가운데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와 평화당 권노갑 고문이 위원장을 맡고, 5당 대표가 장례위원회 고문으로는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4일로서 당일 오전 7시 고인이 장로를 지낸 신촌 창천교회에서 장례 예배가 열리고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 02-2227-7550이다.

이희호 여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2017년 8월 18일 오전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앞서 환담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한편 핀란드를 국빈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새벽(한국시간) 이 여사 타계 소식을 보고받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이희호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셨습니다. 조금만 더 미뤄도 좋았을 텐데, 그리움이 깊으셨나 봅니다"라고 애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평생 동지로 살아오신 두 분 사이의 그리움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며 “여사님, 저는 지금 헬싱키에 있습니다. 부디 영면하시고, 계신 분들께서 정성을 다해 모셔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여사님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입니다.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원 등을 창설해 활동하셨고, YWCA 총무로 여성운동에 헌신하셨습니다”라며 “민주화운동에 함께 하셨을 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여성부 설치에도 많은 역할을 하셨습니다”라고 고인의 업적을 기리기도 했다.

2000년 6월 1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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