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민 애환 달래던 소주의 변심… “술값 얼마나 올랐나?”

김수식 기자 2019.06.05 17:52:45

한 식당에서 소주를 잔에 따르고 있다. (사진=김수식 기자)

동네의 한 삼겹살집.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났다. 각기 다른 곳에서부터 심란한 마음을 한 아름 안고 모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삶에 쓸린 가슴을 뱉고 있었다. 입에서 새어 나오는 한숨 한 번에 술잔을 한 잔 비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 친구가 말한다.

“술은 이제 그만 마시자.”

술을 못 마시거나 싫어하는 친구가 아니다. 그렇다고 시간이 늦은 것도 아니다. 친구의 선언에 반박하는 다른 친구도 없다. 다들 그동안 쌓인 인생고(人生苦)를 한 번에 풀어내기에는 술값이 부담되는 것이다.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소주, 맥주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다.

먼저 하이트진로는 지난 5월 1일부터 소주 출고가격을 6.45% 인상했다. 이로써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360㎖)의 공장 출고가격을 병당 1015.70원에서 65.5원 오른 1081.2원으로 변경했다. 3년 5개월 만이다.

한 달이 지난 6월 1일에는 롯데주류가 ‘처음처럼’, ‘클라우드’, ‘청하’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평균 인상률은 소주 6.5%, 클라우드 9%다. 처음처럼(360㎖)은 1006.5원에서 1079.1원으로 73원 오르고, 클라우드(500㎖)는 1250.0원에서 1383.0원으로 133원 오른다.

이에 대해 업계는 “부자재 가격,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증가로 원가 부담이 늘면서 어쩔 수 없이 출고가를 인상하게 됐다”며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실 출고가만 보면 100원 정도 오른 것이다. 뭐 이정도로 부담을 느끼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술값은 달랐다. 소주 출고가 인상에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가격은 기존 1000원이 뛰어올라 5000원을 상회한다.

결국 주섬주섬 짐을 챙겨 식당을 나섰다. 묻혀둔 이야기가 많기에 다들 발걸음이 무겁다. 집으로 가던 중 한 친구가 아쉬웠는지 눈에 보이는 편의점 GS25에 들어간다.

“편의점은 좀 싸. 집에서 한 잔 더 하고 자려고.”

실제로 편의점은 기존보다 100원~200원 오른 가격이다. 유통 과정이나 임금 인상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눈으로 확인한 술값의 차이는 크게 느껴졌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친구들 손에는 소주가 담긴 비닐봉지가 하나씩 쥐어져 있다. 그것으로 그날 못 다한 이야기는 홀로 삼켜낼 것이다.

“하아...” 지친 마음을 친구들과 술 한 잔으로 위로하는 일 조차 이제는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씁쓸하다.

(CNB=김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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