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에서 뭐 하는지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김수식 기자 2019.04.18 16:33:30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김수식 기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오리온 초코파이의 CM송이 있다. 언제부턴가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라고 말을 바꿨다. 변하는 시대에 맞춰 소통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 예전에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좋은 일을 하고 있는 유통 회사에 하고 싶은 말이다.

최근 유통업계는 ‘소비자와 함께 기부한다’는 콘셉트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특정물품을 구매하면 일정 금액을 사회에 기부하는 형식이다.

GS리테일은 협력사와 더불어 독립유공자 지원에 나섰다. GS25, GS수퍼마켓, GS프레시, 랄라블라 등 GS리테일 계열사들은 빙그레, LG생활건강, 한국야쿠르트 등 21개 협력 업체가 지정한 68개의 상품을 고객이 구입하면 수익금의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한다.

이마트는 매년 4월부터 이듬해 3월말까지 발생한 나무 심는 화장지 매출액을 합산해 1%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국·중국·몽골을 중심으로 사막화 방지 활동을 하는 NGO(비정부기구)인 ‘미래숲’에 기부한다.

이랜드리테일의 슈즈 SPA 슈펜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몬드와 손잡고 학대 피해 아동을 돕는다. 두 회사는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론칭, 판매될 때마다 기부금을 적립한다. 이랜드재단은 모인 기부금만큼 추가로 기부금을 적립해 굿네이버스에 전달할 예정이다.

좋은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좋은 일을 지속하기 위해선 상품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소비자가 이런 활동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기업에서 이런 기부 활동을 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그 수는 많았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으니 유통업계에서 이런 일을 알리는데 얼마나 소극적이었는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물론 기업들 입장도 이해 된다. 소비자들 눈에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니 조심스럽다. 괜한 오해를 만들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을 것. 하지만 오해는 말하지 않아도 생긴다.

한 소비자는 “캠페인을 한다는 명목으로 물건 값을 올리는 건 아니냐”는 의심도 했다.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가 그렇게 말했다.

유통업계는 억울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라 수익을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 상품에서 행사를 하는 것이기에 가격은 동일하다’, ‘오히려 더 나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등 할 말이 많다.

결국 소통의 부재다. 입장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그 사이는 더 벌어지기 마련이다.

한 소비자가 말했다. “기업은 팔아야죠. 그러려고 물건도 만들고 하는 건데. 이왕 파는 거 좋은 일도 하면 좋죠. 저도 이런 일이라면 동참하고 싶네요. 서로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또 이런 게 있으면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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