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함영주 하나은행장 퇴임…닻 올린 지성규號의 앞날

지 신임행장, ‘소통’과 ‘글로벌’ 최대 무기

도기천 기자 2019.03.22 11:38:15

지성규 신임 KEB하나은행장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취임식에서 행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퇴임하고 그 자리를 지성규 부행장이 맡게 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하나은행의 앞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장 중에서 최연소인 지성규 하나은행장(1963년생)은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돌입했다. (CNB=도기천 기자)

함영주 뒤이어 지성규 행장 취임
풍부한 글로벌 경험으로 새도약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도 주력


“어떠한 시련이 와도 머리를 맞대고 격의 없이 소통하며 새로운 역사를 함께 세워 나가자. 이를 위해 서로 좀 더 이해하고 조금 더 양보하며 미래를 꽃피우기 위한 배려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조직 전체에 활력의 봄바람이 불도록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손잡고 나가자. 제가 앞장서겠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취임사에서)

지성규 은행장의 강점은 앞선 글로벌 감각과 소통으로 꼽힌다.

지 행장은 1991년 하나은행에 입행해 취임 전까지 KEB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과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총괄 부사장을 역임, 특히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초대 통합 은행장을 맡으며 12개 분행의 한국인 분행장을 모두 중국 현지인으로 교체하는 등 현지화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받고 있다.

30년 은행 생활 중 15년 동안 글로벌 시장 개척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한 만큼 풍부한 글로벌 감각·인적 네트워크는 무기다.

과거 직원고충처리 담당 부서장으로도 재직한 바 있어 KEB하나은행의 위상강화 및 소통의 리더십으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은행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 행장은 우선 취임일성으로 글로벌 현지화 경영과 국내와의 협업 확대를 통한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뱅크 도약을 내걸었다.

그는 “국내에서의 극심한 제로섬 경쟁에서 벗어나 세계로 영토를 넓혀야 한다”며 “현지 우수인력 양성·채용을 확대하고 진정한 글로벌 현지화를 이루고 손님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함영주 행장과 후임으로 취임한 지성규 하나은행장(오른쪽)이 21일 이·취임식에서 포옹하고 있다. (사진=이성호 기자)

데이터기반 정보회사로의 탈바꿈도 선언했다.

오는 2020년까지 1200명의 디지털 전문인재를 육성해 은행전반에 디지털 DNA를 전파하고 신기술 역량확보는 물론 누구의 도움이나 사용설명서 없이 사용자 중심의 직관적인 모바일을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고객 중심 경영을 강조하면서 직원이 행복해야 손님도 행복하다는 인식아래, 형식적이고 습관적인 회의, 지나친 의전문화를 없애고 실용적 문화 뿌리내리도록 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잡아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새로운 도약과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지 행장이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과의 관계개선이다.

2015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후 초대 행장 자리에 오른 그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양 은행의 통합을 비교적 순조롭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3연임이 유력시 됐었다.

사상 최대의 실적행진을 이어간 점도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2016년 1조3727억원이었던 KEB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2조1035억원으로 53.2% 급증했으며, 작년에는 수치가 더 올라갔다.

하지만 채용비리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 함 전 행장은 남녀 비율을 차등 책정한 혐의 등을 받고 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과정에서 부담을 느낀 함 행장은 3연임 도전을 접고 지성규 행장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새로운 행장이 탄생한 만큼 서먹해진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 = 연합뉴스)

이에 지성규 신임 행장은 오는 25일 금감원으로 발길을 향할 예정이다.

지 행장은 “갈등이 있는 것으로 외부에 많이 비춰졌는데 서로 견해의 차이일 뿐으로 전혀 아니다”며 “함 행장과 함께 금감원에 방문해 감독당국과 서로 잘 소통하면서 최선을 다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함 전 행장은 지난 21일 이임식에서 직원들로부터 특별한 선물 하나를 받았다. 핀란드행 비행기 왕복 티켓이다. 함 전 행장은 입사 후 단 한 번도 가족과 해외여행을 간적이 없다. 그래서 후배 은행원들이 강제휴가를 준 셈이다.

 

함 행장은 퇴임 변을 통해 “지난 3년 7개월 통합의 대장정을 이끌었다면 이제 토양을 비옥하게 바꿔나가야 한다”며 지 행장에게 기대를 더했다. 또 공자의 진퇴현은(進退見隱·나이가 들어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안다)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며 “그간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잠시 쉬어가야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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