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死者명예훼손 첫 재판…공소사실 전면 부인

“발포 명령 했느냐” 기자들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 신경질 반응 보여

심원섭 기자 2019.03.11 16:31:09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광주=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으나 전씨 측은 법정에서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쓴 것이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5·18 민주화운동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선 전씨는 이날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과 공소사실 요지 고지, 검찰과 변호인 측이 재판과 관련된 증거를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절차까지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는 부인인 이순자 여사도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행했으며, 법원과 검찰, 경찰은 애초 광주지법에서 전씨의 구인장을 집행하기로 했으나 전씨가 자진 출석한 점을 고려해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전씨는 재판장이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과정에서 “재판장님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라고 말하자 헤드셋을 쓰고 다시 한번 진술거부권을 고지 받았고,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인 인정신문에서도 헤드셋을 쓴 채 생년월일과 주거지 주소, 기준지 주소 등을 확인하는 질문에 모두 “네 맞다”고 답변했다.

이어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국가기록원 자료와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을 조사해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며 전씩 회고록에 허위 내용을 적시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전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5·18 당시 헬기 사격설, 특히 조비오 신부가 주장한 5월 21일 오후 2시쯤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허위사실로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으며, 특히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소사는 없었으며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해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변호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본인의 기억과 국가 기관 기록, (1995년)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확인된 내용을 회고록에 기술했다. 고의성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기록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으며, 형사소송법 319조를 근거로 이 사건의 범죄지 관할을 광주라고 볼 수 없다며 재판 관할 이전을 신청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부인 이씨도 별도로 재판부에 편지를 전달했고 재판은 1시간 15분 만인 오후 3시 45분께 끝났고 다음 공판은 오는 4월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앞서 이날 오전 8시32분께 연희동 자택을 출발한 이후 4시간 만인 오후 12시 34분쯤 재판이 열리는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씨는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승용차에서 내린 뒤 기자들이 “광주시민에게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서려 했다. 그러나 한 기자가 ‘5.18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고 질문하자, 전씨는 “이거 왜 이래?”라며 버럭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전씨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아킬레스건’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혐의를 강력 부인한 셈이 댔으며, 이순자 여사 역시 질문하는 기자의 팔을 잡고 질문을 막으려 하기도 했다.

전씨 법원 출석을 지켜보기 위해 일찌감치 법원 주변에 모여든 시민들은 “전두환은 사죄하라” “전두환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기로 한 약속에 따라 달걀 투척 등의 물리적 행위는 하지 않았으며, 일부 시민은 “전두환은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으로 출두한 11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월단체 회원들이 '전두환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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