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 반쪽 ‘리서치보고서’ 거둬라

이성호 기자 2019.02.11 15:03:51

(사진=연합뉴스)

“이젠 믿고 거른다”

증권사에서 내놓는 조사분석보고서(리서치보고서) 얘기다. 실태를 보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47개 증권사(국내 32개사, 외국계 15사) ‘리서치보고서 제도 운영현황 분석(2017년 9월~2018년 8월)’ 자료에 따르면 총 4만4734건 중 주식을 팔라는 매도 의견은 단 2%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증권사의 경우 3만6751개 보고서 중 ‘매도’를 제시한 건수는 고작 43건으로 0.1%에 불과했다. 그나마 외국계 증권사는 7983개 중에서 992건(13%)이 매도 의견 보고서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볼 때 나머지 76%가 ‘매수’였고, 중립(보유) 11%, 미제시 11%로 나타났다. 더불어 목표주가(통상 1년 후 예상주가)와 대상기간 중 실제 주가와의 차이 비율인 ‘목표주가 괴리율(평균가 기준)’은 20.6%였다. 즉 목표주가를 높게 잡고 있는 것.

이처럼 증권사에서 나오는 투자 의견이 온통 매수 일색인 가운데, 모든 기업들이 하나같이 장밋빛 전망일 순 없다. 즉 상당부문 엉터리 보고서란 말이 된다. 감언이설이요 양두구육인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분석을 덜컥 믿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은 결국 일반 투자자다. 그렇다면 투자 의견서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 까닭은 뭘까. 이는 기업이 고객인 탓이다. 증권사들이 상장사나 기관투자자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모 회사 임원이 불리한 보고서를 낸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협박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에도 일부 상장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고서의 수정·삭제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일부 연구원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리포트를 작성하는 등 갈등 사례는 현재진행형이다.

증권사도 기업으로서 이윤을 추구해야 해야 하기에 주 고객인 상장사의 이익에 반하는 보고서를 마음껏 낼 수 없는 형국이다. 태생적으로 약점을 가지고 있는 구조다 보니 금감원에서 목표주가-실제주가 괴리율공시, 검수기능 강화, 보수산정기준 명확화 등 대책을 강구해도 백약이 무효인 모양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잘못된 부문을 방관할 순 없다. 금융당국의 보다 실효성 있는 규율·규제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정 노력이다. 아무도 믿지 않는 보고서를 생산하는 것이야 말로 낭비다. 신뢰를 걷어차고 외면에 개의치 않는다면 관심을 가져줄 하등 이유가 없다.

시장 리서치 기능을 상실한 보고서는 의미가 없다. 해당 기업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대외적 포장술에 불과하다. 납득할 만한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 한쪽으로만 치우쳐 호도하지 말고 반대 추에도 무게를 실어야 객관성이 담보된다. 극히 주관적으로 기업의 입맛에 맞게 검열된 보고서는 이미 그 가치를 잃어버린 공해다.

신뢰는 다시 쌓기 어렵다. 개선하려면 자리에 사람이 아닌 전체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투자는 투자자의 몫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취할 부문만 취하고 걸러서 보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까지 수고를 들일 필요가 있을까. 그러라고 만든 보고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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