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저임금 인상에 아프냐? 나도 아프다"

김수식 기자 2019.01.17 17:43:51

사진 = 연합뉴스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지난해 7530원보다 10.9% 올랐다. 돌이켜 보면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은 인상됐다. 덕분에 실생활이 조금 나아졌다면 다행이지만 귀에 들리는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최저임금이 OECD와 비교해 낮은 편이기에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한 노력으로 보이지만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 정작 대한민국의 고용주는 물론, 고용인까지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감을 느끼고 울상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최저인금 인상에 너나 할 거 없이 내뱉는 한숨

금세 지나는 2018년이 아쉽다는 핑계로 친구들과 연말모임을 가졌다. 비록 세상살이에 지쳐있는 모습이지만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마냥 반가웠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 사이에서 한 친구가 말없이 연거푸 술잔을 비워낸다. 깊은 한숨으로 안주를 대신한다. 고민이 있는 것 같아 이유를 물었다. 친구는 회사에서 인원 감축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친구의 한숨에 동참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인원 감축 대상이 될까 걱정이 되겠구나 싶어 위로를 건넸다.

잘못 짚었다. 인원 감축 대상자는 이미 내정돼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동료가 떠나가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본인도 언젠가 그리 되겠지 하는 걱정인가? 그럴 수 있다.

또 잘못 짚었다. 인원 감축이 되면 친구의 일은 더욱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친구는 그동안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도 회사에는 끊임없이 일거리가 들어왔다고 했다. 쌓여가는 일에 한계를 느낀 친구는 회사에 인원 충원을 요청했다. 끈질긴 요구에 회사 측은 인원 충원을 약속했지만 실적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이 맞물려 오히려 인원을 축소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남들은 주 52시간 근무다, 워라밸이다, 하는데 자신은 두, 세 명이 하는 일을 혼자 해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야기를 듣던 또 다른 친구가 복에 겨운 소리 말라며 핀잔을 준다. 그는 잘렸단다. 그 친구는 첫째 딸에 이어 얼마 전에 둘째 딸을 낳은 딸딸 아빠다. 2018년 초부터 평일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고, 주말에는 스포츠 센터에서 시간제 강사로 일을 했다. 주 7일을 일하며 가장의 무게를 견뎠다.

힘들었지만 괜찮았다. 쉬는 게 더 불안했다. 그래서 열심히 일했다. 젊은 친구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이 된 것이다.

친구들의 하소연을 듣다가 지난해 무인 편의점 관련 취재를 하며 들었던 한 가맹점주의 말이 떠올랐다.

그 가맹점주는 2019년이 되면 아르바이트생을 대폭 줄이고 자신이 평일과 주말에 모두 일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데 1년에 인건비만 5000만 원이 나간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만큼 인건비가 더 나가는 것. 수익은 그대로인데 최저임금만 오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토로했다.

참 어렵다. 모든 정책에는 득과 실이 있기 마련이다. 그건 분명하다. 그런데 어째 이번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선 누구에게 득이고 실인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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