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제약업계 치열한 전쟁터 ‘보툴리눔 톡신’ 시장, 올해는?

법정 소송·글로벌 전투…갈수록 격화 “왜”

이동근 기자 2019.01.11 10:39:45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이 생산중이다.

 

제약업계에서 몇 안 되는 고부가 가치 아이템인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두고 올해 관계사들의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사 중에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휴젤이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휴온스글로벌이 신규 참전할 전망이다. 이들은 해외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CNB=이동근 기자)

‘대웅-메디톡스 소송전’에 휴온스 참전
올해 관전 포인트는 ‘美·中 시장 진출’
이익률 높아 중소 제약사들까지 가세


지난 2018년까지 최근 몇 년 동안 제약업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제품군은 ‘보툴리눔 톡신’이었다.

미용·성형 시장에서 인기가 매우 높은 제품인 데다, 주로 비급여로 처방되고, 약국을 거치지 않고 병·의원에서 직접 처방되는 형태로 유통이 이뤄지다보니 이익률이 매우 높은 것이 첫 번째 이유다.

한국 시장의 특이성도 한 이유였다.

한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맹주인 보톡스가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대신 국내사들이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앨러간은 전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메디톡스와 휴젤, 대웅제약이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제품화된 보툴리눔 톡신이 가장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까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허가받은 제약사는 총 9개사인데, 미국은 앨러간(보톡스), 솔스티스 뉴로사이언스(마이오블록) 2개 업체, 영국(입센 ‘디스포트’)과 독일(머츠 ‘제오민’), 중국(란주연구소 ‘BTX-A’)은 각 1개사가 제품을 판매 중이다.

나머지 4개사는 메디톡스(메디톡신), 휴젤(보툴렉스), 대웅제약(나보타), 휴온스(휴톡스)로 전부 국내사다. 가장 많은 종류의 제품이 한국에서 발매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미용·성형 시술이 세계에서 가장 성행하는 나라 중 하나다 보니 보툴리눔 톡신을 이용한 시술법도 다양하게 개발돼 있으며, 피시술자(환자) 수도 갈수록 늘고 있어 이 시장을 둘러싼 업체들의 경쟁은 타 제품군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실제로 경쟁이 치열해 지자 국내 제품 공급가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보톡스 100유닛 가격이 600달러에 달하지만 한국은 186달러에 불과하다.(2017년 기준, 삼성증권 리서치) 국산 보툴리눔 톡신의 공급가는 이보다 낮은 약 절반(약 1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열한 경쟁은 업체들 사이의 대립으로도 이어졌다. 실제로 원 균주의 출처를 두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2년째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가 2016년 말 “대웅제약이 나보타 균주의 전체 염기서열 370만~380만개 중 독소와 관련한 1만2912개를 공개했는데 이는 모두 메디톡신과 일치했다”며 시작한 메디톡신 원료 무단 도용에 대한 ‘영업비밀침해금지 청구 소송’은 아직까지 1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양사의 대립이 갈수록 격해지고, 언론을 통한 ‘장외 난타전’까지 벌어지자 법원에서는 아예 양측 모두에 “언론을 통한 의견개진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현재 양측은 모두 소송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대웅제약은 제품 철수까지 이어질 수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제품군.


새해엔 휴온스 참전으로 더 치열

올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선 신규 참전 업체인 휴온스가 시장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휴온스는 특이하게 수출용 제품인 ‘휴톡스’를 2016년 허가받은 뒤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을 대상으로 수출 계약을 체결해 왔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 이 제품을 국내에 출시(국내명 ‘리즈톡스’) 한다는 계획을 지난해 말 발표했다.

이미 지난해 10월 출시에 필요한 임상 3상을 마쳤으며, 기존 제1공장(100만 바이알) 대비 생산력을 5배 이상 확대한 제2공장(500만 바이알)까지 건설을 마친 상태여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제품의 국내 출시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휴온스의 참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미용·성형 시장에서 휴온스의 입지가 탄탄한 편이기 때문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제품 특성상 소위 ‘쁘띠성형’(수술 없이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미용·성형 효과를 내는 시술)에 사용되는 히알루론산(HA)필러와 함께 사용되는 일이 많은데, 휴온스는 HA필러인 ‘엘라비에’로 국내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현재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모두 자체 HA필러를 생산 및 판매 중이고, 휴젤은 자체 HA필러는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공동판매 계약업체인 종근당이 국내 미용·성형 시장에서 강자로 꼽히고 있다.

참고로 종근당은 HA필러인 ‘스타일에이지’ 뿐 아니라, 실리프팅 시술용으로 사용되는 ‘울트라브이’, 가슴 보형물 ‘유로실리콘’, 위풍선 시술용 ‘엔드볼’ 등 다양한 미용·성형 제품을 도입, 판매하고 있다.

중소 업체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개발도 올해 더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연어 정액 추출물인 PDRN으로 유명한 파마리서치프로덕트의 자회사인 파마리서치바이오가 ‘리엔톡스주’의 올해 내 수출 개시, 2021년 국내 발매를 목적으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현재 식약처에서 1상 임상 허가를 받은 상태다.

7일에는 경구용 콜레라 백신으로 알려진 유바이오로직스가 국내 바이오벤처사인 에이티지씨와 보툴리눔 톡신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보툴리눔 톡신 시작품인 ‘ATGC-100’의 국내 임상 1~2상 허가를 식약처에 신청했다.

 

휴온스의 보툴리눔 톡신 ‘휴톡스’



美·中시장 열려…더 달궈지는 글로벌 각축

업체 간 수출 경쟁도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해외에서 보툴리눔 톡신은 1위 업체인 앨러간이 거의 독점하고 있어 가격 인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비교적 가격 인하가 이뤄진 국산 제품들은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비교적 해외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들의 보툴리눔 톡신 해외 수출 실적은 2013년 2419만달러에서 2014년 2460만달러, 2015년 3092만 달러, 2016년 5468만 달러로 성장하다가 2017년에는 무려 1억2708만달러(한화 약 153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총 매출보다 높은 것이다.

메디톡스와 휴젤은 약 30개국, 대웅제약은 절반인 15개국에서 수출 허가를 획득했으며, 주요 대상국은 일본과 동남아. 동유럽, 남미, 중동 등이다. 대웅제약은 북미 지역인 캐나다를 대상으로 수출 허가를 획득해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경쟁 처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떠오르는 신흥 시장인 중국이다. 미국은 전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큰 시장이지만 앨러간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따라서 저가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큰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소비자들이 앨러간이 메디톡스의 미국 내 허가를 막고 있다고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 진출에 가장 근접해 있는 국내사는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 에볼루스는 지난해 11월 “Jeuveau(나보타의 미국 상표명) 사용을 조건부로 승인받았다”며 2월2일 판매허가 여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웅제약 전승호 대표도 시무식에서 “올해 상반기 중에 나보타가 미국에 진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동안 정식 수출이 이뤄지지 않았던 중국 시장도 올해 안에 열릴 예정이다. 중국은 인구가 많은데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미용·성형 시장도 성장하는 곳이어서 성장 기대가 가장 큰 나라다.

중국은 정식 수출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소위 ‘보따리 상’을 통한 수출이 적지 않은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수출액은 2015년 407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약 13%였으나, 2016년에는 30% 수준(1588만달러)까지 증가했다.

보툴리눔톡신 항목이 포함된 HS코드인 3002903090(보툴리눔톡신 관련 신고 중 98.67% 점유)의 수출 동향을 보면 2017년 1억2708만달러(1430억원), 2018년 1~9월 1억764만달러(1212억원)로 늘었다.

최근 보따리상에 대한 중국 내 단속이 강해지면서 중국 수출액 증가율은 주춤하고 있지만, 정식으로 중국에 국산 제품이 진출한다면 수출액은 다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시장의 선봉은 메디톡스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뉴로녹스(매디톡신의 수출명)의 임상 3상을 마치고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에 생물의약품 허가를 신청했다. 이 허가에 걸리는 시간이 1년임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중 허가 여부가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보툴리눔 톡신의 국내 시장에서 업체들끼리 겨루는 것는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몇 년 전만 해도 보톡스 사각턱 시술이 50만원씩 했는데, 지금은 국산 톡신으로 시술 받으면 10만원이면 될 정도로 소위 ‘가격 방어’가 안되는 시장에서 겨루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대신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인가는 결국 해외 진출 여부가 가를 전망이다. 특히 누가 먼저 미국과 중국에 진출하느냐가 상당한 프리미엄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CNB=이동근 기자)

 

보툴리눔 톡신이란?

보툴리눔 톡신은 세균의 일종인 보툴리눔 균이 생성하는 신경독소다.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차단시켜 근육 세포를 마비시키는 기전을 가진 의약품이다. 미국 제품인 ‘보톡스’가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기도 하다.

전세계 시장은 약 4조원대로 알려져 있으며, 앨러간의 ‘보톡스’가 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하게도 국내에서는 국산 제품이 시장 약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국산 보툴리눔 톡신 1호를 개발한 메디톡스와 종근당을 등에 업은 휴젤이 시장 점유율 1위를 겨루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1000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치료 용도로는 안검경련, 안면경련, 사시 치료, 경직 완화, 만성 편두통, 과민성 방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처방되며, 미용·성형시술 용도로는 안면 주름을 개선하거나 사각턱을 축소하는 등에 사용된다. 드물게는 다한증 치료에도 사용되며, 일부 병·의원에서는 근육 세포를 마비시킨다는 기전에 착안, 종아리 축소술 등에도 사용한다.

제품의 판매 이익률이 매우 높다. 정확한 원가율이 공개된 바는 없지만 보툴리눔 톡신을 주로 생산, 판매하는 업체 메디톡스, 휴젤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40~50%에 달한다. 엄청난 공급가 인하가 이뤄진 최근에도 관련 업체들의 이익률은 업계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 CNB뉴스, CNBNEWS, 씨앤비뉴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