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신년사 행간읽기②] 신약 ‘대박’ 노리는 제약업계…새해 키워드는 ‘글로벌’

위기돌파 카드는 해외시장…‘인내심’과 ‘실탄’이 열쇠

이동근 기자 2019.01.08 09:32:06

국내 주요대기업들이 신년사를 통해 던진 화두는 ‘혁신과 도전’이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내수침체 등 나라 안팎으로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변화를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자는 것. 특히 올해는 세계경제의 중심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마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계는 ‘생존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이에 CNB는 기업·산업별로 신년사에 담긴 의미를 분석해 연재한다. 두 번째는 제약·바이오 업계다. <편집자주>

각종 규제로 국내시장 한계 직면
글로벌 신약출시로 해외시장 공략
천문학적 개발비용과 시간이 문제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혁신’ 이었다면, 2019년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제시한 키워드는 ‘글로벌’이었다.

CEO들은 벽두 신년사를 통해 성장, 특히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 강화를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고강도 규제와 낮은 약가 책정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사진 왼쪽부터 유한양행 이정희 사장, GC녹십자 허은철 사장,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 종근당 이장한 회장.

업계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유한양행의 이정희 사장은 2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지난 1년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며 명실상부 일류 제약기업으로 거듭났고,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유한’으로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며 “임직원의 도전과 열정이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결과”라고 치하했다.

이어 “모든 임직원은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개인역량 강화에 더욱 힘써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백신 수출 증가에 힘입어 누적 수출액 2억 달러를 돌파한 GC녹십자의 허은철 사장은 2일 경기 용인 본사 목암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모두가 더 빠르게 행동해야 할 때”라며 “임직원 모두가 예외 없는 혁신의 대상이라는 각오로 글로벌 GC의 미래를 그려가자”고 강조했다.

제약업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은 2일,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진행된 영업사원 교육 현장에서 ‘내실’을 강조했다.

대전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이 날 행사에서 임 회장은 “혁신 DNA를 다시 일깨워, 효율과 실질로 꽉 채운 한미약품을 만들자”며 “글로벌 한미의 입구에 다가서 있는 지금, 그동안 성취한 혁신 성과들을 다시 돌아보며 내실 경영으로 완성해 나가자”고 사원들에게 당부했다.

종근당 이장한 회장도 ‘글로벌’ 키워드를 강조했다.

이장한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목표는 ‘핵심역량 구축을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로 정했다”며 “올해는 종근당의 지속성장을 위해 혁신 신약과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인도네시아 항암제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해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미국에서 표적·면역항암신약 프로젝트인 ‘BR2002’를 추진 중인 보령제약의 안재현 대표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2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예측이 할 수 없는 국내외 정치, 경제 상황 및 제약산업 제도 변화 등은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보령제약 안재현 대표, 동아쏘시오그룹 한종현 사장, 일동홀딩스 이정치 회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

유한 “세계시장 진출 확대”
동아 “스스로 역량 키워야”
한미 “혁신DNA 일깨우자”


일부 제약사 CEO들은 ‘글로벌’ 대신 ‘혁신’과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웠다.

동아쏘시오그룹 한종현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자주’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일, 서울 용두동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우리가 먼저 자주적으로 일해야 회사와 사회에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며 “내가 무엇을 해야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일을 해야 회사의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면서 계획한 것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동홀딩스 이정치 회장은 2일 서울시 양재동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경영목표의 달성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새로운 비전 실현을 위해 더욱 정밀한 예측과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다수의 가시적 성과들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동제약그룹은 이날 ‘고객가치 중심의 혁신과 도약’을 경영지표로 설정하고 ‘품질 최우선’, ‘계획대로 실행’, ‘경영효율성 증대’의 3대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은 지난 연말 미리 배포한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제 대응을 업계에 주문했다.

그는 “한국 제약 바이오산업의 역동성을 대내외 알리는 동시에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룬 의미 있는 한해였다. 전 세계 180여 개 국가에 4조 원이 넘는 의약품을 수출하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지난해를 평가했다.

이어 “제약산업계는 온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픈 이노베이션과 인공지능 활용 등 새로운 신약개발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올해 목표를 밝혔다.

이처럼 제약업계의 올해 신년사는 글로벌 역량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신약이 출시되기까지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10~15년이 소요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 새해 성과를 점치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인내심과 경영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CNB=이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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