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말 인사③] 추락하는 증시…증권업계 인사 키워드는 ‘투자은행(IB)’

주식수수료 시대 ‘끝’…기업 상대 ‘쩐의 전쟁’ 뜬다

손정호 기자 2018.12.10 09:06:15

올해 증권가 인사 키워드로 ‘IB’가 부상하고 있다. 주식거래 수익이 줄어들면서 자기자본을 활용한 다양한 투자금융 사업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IB 전문가’를 대표로 내세우며 ‘IB 바람’에 몸을 실었다. 여의도 증권가의 야경 모습. (사진=연합뉴스)

밖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안으로는 내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올해는 재계에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였다. 내년에도 글로벌 불확실성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말인사는 ‘성과주의’ ‘선택과집중’ ‘혁신인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에 CNB는 재계 ‘얼굴 이동’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는 <재계 연말 인사>를 연재하고 있다. 세 번째 편은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 증권업계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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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IB출신 전문가 ‘전진배치’
상장·증자·회사채…먹거리 다각화
대형사, 막대한 자본력으로 ‘베팅’


올해 증권가 인사의 키워드는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이다. 이 분야 전문가들이 부상하고 있다. IB는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증자, 회사채 발행 등을 하는 사업으로 증권사들의 미래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추세다.

증권가의 ‘IB 강풍’은 올해 초 ‘IB 대부’로 불리던 정영채 부사장이 NH투자증권 대표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어 최근에는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대우(8조1649억원), 실적 1위인 한국투자증권(1236억원) 등 대형증권사가 IB부문을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미래에셋대우는 IB 법인영업 경력을 갖고 있는 조웅기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총괄직제를 신설한 후, IB 1부문 대표였던 김상태 부사장을 IB총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사장은 메리츠종금증권 IB사업본부장, 유진투자증권 기업금융파트장 등 IB 업무로 잔뼈가 굵은 인물로 통한다.

한국투자증권도 IB 전문가인 정일문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정 신임 대표 내정자는 1988년 입사해 27년 동안 IB 업무를 해왔다. IB본부장, 기업금융본부장 등을 지냈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정일문 체제’로 IB 사업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22.4%), IB(22.4%), 자산운용(21.6%), 자산관리(13.7%) 등 여러 사업부문이 고른 비중을 보이고 있는데, 이중 IB에 보다 힘을 싣기 위한 인사로 보인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희문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 2010년 대표로 올라선 후부터 IB 육성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메리츠종금증권은 ‘IB 강자’로 통하면서 올해 좋은 실적(3분기 순이익 944억원, 업계 2위)을 올렸다.

KB증권은 전병조, 윤경은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할지 검토하고 있다. KB증권은 현대증권을 인수한 후 각자대표제로 운영해왔다. KB투자증권(KB증권의 전신) 출신인 전 사장이 IB 부문, 현대증권 출신인 윤 사장이 리테일과 트레이딩 부문을 맡아왔다. IB 부문을 맡아온 전 사장 중심의 1인 대표 체제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증권업계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의 인사에도 ‘IB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증권가 인사 키워드로 IB가 떠오른 이유는 코스피 하락세 속에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증시는 변동성이 큰 편인데, 올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코스피가 크게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IB를 강화해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식시장 캄캄…투자은행으로 변신

이처럼 증권가 인사에 ‘IB 바람’이 부는 이유는 뭘까.

우선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증권사의 전통적인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 경제는 대외 리스크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북한 리스크, 선진국에 비해 낮은 배당성향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이 큰 편이다.

올해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갔다. 게다가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 수출이 많은 우리 기업의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올해 초 최고점(1월 29일 2598.19)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한때 2000선이 무너지는 등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율을 보였다. 지금은 겨우 2000선을 지키고 있다.

이로 인해 3분기 56개 증권사의 주식수탁 수수료 수익(별도 기준)이 크게 줄었다. 9103억원으로 전분기(1조3017억원)보다 30.1% 감소했다. 이 여파로 56개 증권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도 작아졌다. 9561억원으로 전분기(1조2442억원)보다 23.2%나 적었다. 전년 동기(1조135억원)와 비교해도 5.7% 작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IB 사업의 중요성과 의존도가 점점 커지면서, 인사에서도 IB 경력을 가진 인물들이 전진배치 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CNB에 “기존에는 증권사 수익원이 브로커리지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자본을 활용하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IB 부문이 강화되면서 그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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