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한화그룹도 3세 경영 시동…재계 ‘젊은 물결’ 넘친다

세대교체 vs 기업세습, 엇갈린 시선

도기천 기자 2018.12.06 11:51:11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총괄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 (사진=CNB포토뱅크)

주요 대기업들의 오너일가 3·4세들이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재계에 젊은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화그룹이 세대교체에 나서 주목된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아들들이 그룹의 요직에 배치되면서 사실상 ‘형제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젊은 리더십의 부상’이라는 긍정적인 시선과 ‘기업 세습’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다가올 새해에는 이들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CNB=도기천 기자)

재계, 세대교체로 ‘젊은 리더십’ 부상
한화, 태양광사업으로 장남 밀어주기
“대물림 거론은 시기상조” 신중론도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중심으로 승계구도가 짜여지고 있다.

우선 이번 연말 인사에서는 김 전무의 승진 여부에 재계의 시선이 쏠린다.

김 전무는 2010년 ㈜한화에 입사한 뒤 2015년 한화큐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올해 3년차 전무인데다, 한화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승진을 통해 경영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는 게 한화그룹의 관행이라는 점에서 태양광 부문의 사령탑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화는 김 전무로의 경영승계를 염두에 둔 듯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8월 총22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이 가운데 가장 많은 9조원을 태양광 사업에 배정했고, 10월에는 한화케미칼 자회사인 한화솔라홀딩스가 한화큐셀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태양광에 그룹의 역량을 쏟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상무를 총괄 보직에 임명한 점도 시선을 끌고 있다. 한화생명은 조직을 크게 영업, 미래혁신, 해외총괄로 나눴는데 이중 미래혁신 및 해외총괄을 김 상무에게 맡겼다.

김 상무는 2014년 (주)한화 디지털팀장을 시작으로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 등을 거치며 주로 디지털·핀테크 부문을 맡아왔는데 이번에 신사업 발굴과 및 해외 사업을 지휘하게 된 것.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85년생인 김 상무가 사실상 경영수업을 끝내고 실전에 투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한화큐셀 김동관(맨 오른쪽) 전무가 베트남 최대 통신·방산업체 비텔그룹 르 밍 느웬(맨 왼쪽) 부사장을 만나 방산 분야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화 제공)
 

실탄창구도 마련됐다?

경영승계의 발판은 주력 계열사인 에이치솔루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동원·동선)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라는 점에서다.

재계에서는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 한화큐셀코리아, 한화토탈 등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 간 인수합병이나 상장을 통해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를 높인 뒤, ㈜한화와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와 합쳐져 지주사가 될 경우, 다른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지 않고도 지배구조가 탄탄하게 된다.

특히 에이치솔루션은 2014년부터 주주들에게 현금배당을 시행하고 있는데, 지난 4년간 지급한 배당금이 1150억원에 이르며 이는 고스란히 삼형제에게 귀속됐다. 이런 점에서 세금 등 경영승계 비용을 댈 실탄 창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화가(家)의 가계도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도 순조로운 대물림을 예고하고 있다.

한화는 1952년 화약류의 제조를 위해 설립한 한국화약주식회사(현재의 ㈜한화)에서 시작됐다. 창업주 현암 김종희 선대회장은 ‘기업보국(企業保國)’의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로 다이너마이트를 생산하는 등 화약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1981년 김종희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장남 김승연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동생인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과 약 4년간 유산 분쟁을 벌였다. 두 사람은 1995년 재산분할에 합의했다. 이후 한화와 빙그레는 계열분리를 통해 갈라졌고,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중심으로 재편됐다. 김 회장 입장에서는 가족 분쟁의 불씨가 모두 사라진 셈. 따라서 아들 삼형제로의 경영승계에 큰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다.

 

오너가 3·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재계가 젊어지고 있다.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이재웅 쏘카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3040총수들 속속 등장

주요 대기업의 오너들이 3·4세로 바뀌고 있는 재계 분위기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6월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면서 40세의 구광모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올랐다. 이후 4차산업혁명에 방점을 둔 대대적인 ‘젊은 피’ 수혈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역대 최대규모인 134명이 상무자리에 올랐는데 평균 나이가 48세밖에 안 된다. LG전자, LG유플러스, LG CNS 등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 등에 치중하고 있는 만큼, 향후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현대차그룹 2인자에 오른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현대그룹은 2000년 3월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승계 다툼으로 인해 여러 갈래로 나눠졌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장남 정몽구 회장이 현대자동차 등 10개사를 이끌고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했으며, 나머지는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해상, 현대백화점그룹 등으로 분리됐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장남이자 정주영 창업주의 손자다.

그는 취임직후 한국산 자동차 관세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유력 정치·경제인들을 접촉했으며, 이어 유럽 출장길에 오르는 등 발로 뛰고 있다.

최근 연말 인사를 단행한 GS그룹 역시 오너가 4세인 허세홍 사장을 S칼텍스 대표이사로, 3세인 허용수 사장을 GS에너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코오롱그룹은 23년 동안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이웅렬 회장이 이달말 퇴임할 예정인 가운데, 이 회장의 장남인 35세의 이규호 상무가 최근 전무로 승진했다.

재계의 이같은 세대교체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화 또한 이런 추세에 맞춰 대물림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지난 10월 ‘2018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 히어로즈 대 한화 이글스의 1차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은 ‘리트머스 시험지’

반면 아직은 승계를 말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동관 전무와 김동원 상무가 각각 36세와 34세로 다른 주요대기업 오너들에 비해 어린 편인데다, 에이치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김승연 회장의 건강이 양호하고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점도 ‘대물림’을 거론하는데 부담을 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에이치솔루션의 자산 및 규모를 고려하면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현시점보다는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 확대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재벌가의 경영세습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부담이다. 특히 한화가(家)는 차남 김동원 상무와 삼남 김동선씨의 잇단 폭행사건 논란, 김승연 회장의 과거 배임 혐의 실형 선고 등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가 남아 있다.

<한국재벌사>의 저자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는 CNB에 “총수 중심의 기업은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등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낮다는 점에서 오너리스크가 발생할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며 “2019년 새해는 젊은 리더들의 경영 능력이 평가받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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