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혜네는 뉘 댁이오?”…날로 진화하는 중국의 韓 화장품 도용

옥송이 기자 2018.11.12 15:03:39

모조제품 '3CE EUNHYEHOUSE'(왼쪽)와 스타일난다의 3CE 파운데이션.

 

기자는 2015년 중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 외국에서의 대학 생활이라는 점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모바일 쇼핑’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지마켓’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한국말로 직역하자면 ‘보물찾기’ 혹은 ‘보물을 찾는다’는 뜻이다)’는 기자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저렴한 물가인 데다 대륙의 넓은 땅덩어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상품이 ‘무료 배송’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갖 잡다한 물건에서부터 옷, 화장품, 잡화 등 다양한 물건 사는 재미에 푹 빠졌다. 공강 시간이나 틈만 나면 친구들과 ‘타오바오’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도 여느 때처럼 타오바오 어플을 보고 있었다. 필요한 제품이 있어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물건들을 보고 있는데, 눈에 띈 것은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 같으면서도(?) 또 아닌 것 같은 희한한 브랜드였다. 이른바 ‘3CE EUNHYE HOUSE’. 한국의 인기 쇼핑몰 ‘스타일난다’에서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 3CE(쓰리컨셉아이즈)와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를 절묘하게 섞은 브랜드 이름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한국 화장품의 인기와 위상이 대단하구나 싶으면서도, 절묘하게 섞인 이름과 모조 제품들의 허술함에 웃고 넘겼다. 

 

그런데 문제는 그저 웃고 넘길 수준인 줄 알았던 모조 브랜드의 수준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이다. 올해 1월 오랜만에 중국을 다녀왔다. 남방지역인 ‘샤먼(厦门)’ 여행을 가게 됐는데, 시내 한 복판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은 ‘3CE EUNHYE HOUSE’의 매장이었다. 인터넷으로 카피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을 넘어서 유동 인구가 많은 시내 한 가운데서 버젓이 매장을 내고 운영 중이라니 소름이 돋았다. 게다가 샤먼 시내 한 곳만 있는 것도 아닐 터였다. 

 

매장 내부는 어떨지 궁금해서 들어가 보니, 마치 명동에 있는 한국 화장품 매장을 옮겨놓은 듯 했다. 이전의 허술한 제품 생산 수준에서 한층 진화된 모습이었다. 이제는 이름만 살짝 다를(3CE EUNHYE HOUSE) 뿐 베이스 제품에서부터 립스틱, 블러셔, 마스카라 등 각종 색조제품까지 해당 브랜드를 똑같이 베껴놓은 수준이었다. 

 

기자가 1월경 직접 찍은 중국 샤먼에 위치한 3CE EUNHYEHOUSE의 매장 전경이다. 

 

그쯤 되니 정말 ‘3CE 은혜하우스’라는 브랜드가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지경이었다. 한국 포털에서 해당 브랜드가 있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정보가 나오지 않기에 ‘역시나 아니지’ 하는 심증이 생겼다. 하지만 중국 포털에 접속한 순간 그 심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포털에서 ‘3CE은혜하우스’를 검색하자 온갖 정보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대표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BAIDU)에서 브랜드를 검색하니 설명에 ‘한국 브랜드 산하’라고 떡하니 적혀있었다. 확실한 답변이 필요했다. 해당 브랜드 3CE와 아모레퍼시픽에 문의해보니 역시나 “그런 브랜드는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에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3CE EUNHYE HOUSE가 진품이다 vs 가품이다’ 두 가지로 나뉘는 모습이다. 알 만한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해당 브랜드가 진품인 줄 알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듯 했다. 타오바오나 알리익스프레스 등의 쇼핑 사이트를 보니 이 사례 외에도 다양한 한국 화장품 카피 제품들이 진짜인 양 둔갑한 채로 유통되고 있었다. 

 

중국의 대표 쇼핑 사이트인 '징동닷컴'에서 판매중인 3CE EUNHYEHOUSE의 제품들이다. 사진 = 징동닷컴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sina) 웨이보의 한 블로거는 “며칠 전 한국 화장품 모조 브랜드가 단속되는 현장을 봤는데 통쾌했다”며 “한국 화장품 회사들은 자신들이 중국에서 이렇게나 모방되는 것을 안다면 눈물이 날 것”이라고 전했을 정도다. 

 

과거 한국 역시 다른 나라들의 제품을 많이 카피했고, 또 아무리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지만 중국의 한국 화장품 카피 실태는 심각하다. 진짜에 버금가는 가짜가 널리 유통되다보면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한국 제품인 줄 알고 구매했을 소비자들의 실망과 피해 역시 클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의 화장품 업계는 K팝과 한류를 등에 업고 K뷰티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니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한국 화장품업계가 K뷰티의 강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모조제품들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간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가는’ 꼴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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