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프로젝트⑳] 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한반도 물류허브’ 대륙을 달린다

남북-중국-유럽 잇는 新경제지도 밑그림은?

손정호 기자 2018.11.15 15:11:15

한반도 평화무드 속에 남북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 중국, 러시아, 유럽철도와 연결하는 유라시아 물류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 실무협상은 지지부진하지만,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물류기업들은 유라시아 물류사업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 경의선 철길을 따라 남방한계선 통문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경제지도가 새로 그려지고 있다. 비핵화가 실현되고 북한경제가 개방의 길로 들어설 경우,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CNB는 우리 기업들의 대북사업 전망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에는 남북과 대륙을 잇는 한반도 물류 프로젝트에 대해 다뤘다. (CNB=손정호 기자)

 

한반도와 유라시아 잇는 新물류 기대
현지 철도기업들과 연계해 거점 마련
대북제제로 지지부진, 시간과의 싸움

 

남북, 북미 간 관계개선이 현실화 되면서 유라시아 물류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서울·개성·평양·신의주)과 동해선(강릉·고성·제진·금강산)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기로 합의했다. 

 

한반도종단철도(TKR)라는 이름으로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이를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몽골횡단철도(TMGR) 등과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 이를 유럽철도와 연결하면, 부산에서 물류를 싣고 중국이나 러시아를 거쳐서 프랑스 파리까지 한 번에 운송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우선 CJ대한통운은 지난 6월 철도와 트럭을 결합해 화물을 운송하는 ‘유라시아 브릿지 서비스(EURASIA BRIDGE SERVICE)’ 지역을 확대했다. TCR를 활용해 중국 베이징, 칭다오 등 22개 역에서 유럽으로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가령 서울역에서 네덜란드 틸버그역으로 기차로 화물을 운송한다고 치자. 우선 한반도를 가로질러 중국을 거쳐 유럽까지 열차로 이동한다. 틸버그역에 도착한 후에는 반경 400㎞ 안에 있는 물류센터로 물건을 옮긴 후 해당 물류센터에서 고객의 집 문 앞까지 배송한다. 

 

CJ대한통운은 유라시아 지역에 17개 지점을 만들고, 철도운영 전문기업인 RTSB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앞으로 이 서비스를 TSR 등과 연계해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러시아 물류기업인 페스코(FESCO)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페스코는 화물열차만 1만7000대를 보유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페스코와 함께 TSR을 이용한 물류운송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진(브랜드명 한진택배)도 유라시아 물류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진은 이미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동남아시아 현지 물류기업과 합작법인을 만들었다.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에도 거점을 구축했다.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 중동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복합물류 운송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이와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그룹 내 ‘북방TF’를 만들었다.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옛 현대로지스틱스)는 예전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경제특구에 자재를 운송한 경험이 있다. 향후 남북경협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북방물류추진 TF’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포스코, 코레일과 함께 추진하다 중단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산 광물을 러시아(하산)와 북한(나진) 사이의 철도(54㎞)로 운송해 한국이나 중국으로 수출하거나, 유럽으로 배송하는 프로젝트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미협상이 더뎌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국회에서 유라시아 물류 발전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유라시아평화철도포럼이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물류 전문가 100여명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진=손정호 기자)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성해야”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협상이 더뎌지면서, 남북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실무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가올 유라시아 물류 시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경협시대, 한반도를 너머 유라시아 대륙으로’ 세미나는 남북과 대륙을 잇는 철도시대를 앞당겨야 한다는 열망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유라시아평화철도포럼 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물류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등이 지연되고 있지만, 성공할 경우 사업성이 크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의 진창원 자문위원은 “남북한 철도 연결에 대해 장밋빛 환상이 많지만 지금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북한과의 철도 연결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동해선은 강릉에서 제진구간이 끊어져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업을 빨리 추진하려고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잘 움직이지 않는 등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진 위원은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특별법 등을 시행해야 한다”며 “그러면 동북아시아 일일생활권, 한반도 해외특송물류 거점화가 가능해진다. 물류산업은 고용이 많기 때문에 일자리 증대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구세주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남북 철도를 연결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남북협력기금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 국제금융기구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실제로 운행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국제철도 운송 등을 위한 법률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라시아지역 물류기업과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민철 한국교통대학(철도경영물류학과) 교수는 “TCR과 TSR을 이용하는 주요 고객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이 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라며 “유라시아 지역별로 물류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원활한 수송을 위해 현지 물류기업과 합작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국제운송로를 갖고 있는 국가 및 물류기업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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