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익법인의 사익(私益) 추구를 통제하라

이성호 기자 2018.10.18 15:57:32

▲(사진=연합뉴스)

공익법인에 대한 통제장치가 요원하다.

일단 공익법인이란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사업(학자금·장학금·연구비의 보조나 지급·학술·자선)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지칭한다.

즉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설립,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는 이러한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 활성화를 위해 일정 범위의 상속·증여에 대해 과세가액을 불산입해 세제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익법인 제도가 악용되고 있어 문제다. 일부 대기업이 세금혜택을 받으면서 공적이익 보다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승계 그리고 부당지원·사익편취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실제로 최근 국감 시즌을 맞아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기준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이들은 총 165개의 공익법인을 보유, 이중 66개 공익법인이 총 119개 계열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고유목적 사업을 위한 수입 지출이 전체 수입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했고 동일인·친족·계열사 임원 등 특수관계인이 이사로 참여하는 경우가 83.6%에 달했다.

특히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재벌 공익법인들은 그룹의 핵심계열사와 2세 출자회사 지분을 주로 보유하며 의결권을 적극 행사했는데 모두 찬성이었다. 또한 공익법인 보유 주식의 119개 계열사 중 112개의 주식에 대해 상증세를 면제 받았다.

사정이 이렇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제재수단은 없다. 의결권 통제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는데 마침 정부가 칼을 갈고 있다.

공정위는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소속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토록 포함했다. 다만 적대적 M&A 방어를 위해 상장사의 경우 임원 임면, 정관 변경, 합병 및 영업양도(계열사간 합병 및 영업양도 제외) 등에 한해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것.

공익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의 경우도 의결권 행사를 허용토록 했다. 

이 개정안은 조만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법이 통과될 경우, 올해 5월 기준 2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45개 공익법인이 90개 계열회사(상장사 58개, 비상장사 32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익법인이 100% 지분을 가진 7개사를 제외한 83개사가 의결권을 제한 받게 된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경제계에서는 일부 공익법인이 지주회사나 핵심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의결권을 행사해  계열사를 우회 지원 및 내부거래 규제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다.

재산권 침해는 물론 이미 상증세법에서 공익법인의 주식 출연·취득에 일정 부분 제한이 있어 과잉 규제라는 것. 이밖에도 기부 등 활동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스는 가해져야 한다.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일부 공익법인에 대해 특혜를 주고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마냥 방치할 순 없을 것이다. 공익법인을 활용한 편법적 지배력 유지·확대를 차단해야 한다.

공정위의 개정안 말고도 이미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을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2년 넘게 계류돼 있는 상태다. 논의과정이 순탄치 않지만 향후 정부안과 같이 맞물려 진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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