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종전선언-평화협정으로 마지막 냉전 해체”

파롤린 “한반도에도 평화라는 단어가 충만히 울려 퍼지도록 기도로 간구”

심원섭 기자 2018.10.18 11:23:23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오른쪽)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 후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로마=연합뉴스)

교황청을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17일 오후(현지시간) 교황청 성베드로대성당에서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의 집전으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한 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주제로 10분간 연설했다.

 

한국시간으로 18일 오전 1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미사는 문 대통령의 교황청 공식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특별히 열린 것으로, 이례적으로 한인 신부 130여 명이 파롤린 국무원장과 함께 미사를 공동으로 집전했다.

 

미사는 문 대통령 부부가 기도의 문을 지나 성베드로대성당에 착석한 직후 성가인 기쁨과 평화 넘치는 곳’, ‘평화를 주옵소서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고, 시작예식, 말씀전례, 3부로 나뉜 성찬전례, 마침예식 순으로 진행됐으며, 한인 성당의 신자들이 제1독서, 보편지향기도, 예물봉헌 등 미사 봉사를 담당했고. 미사 성가대는 한국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로마에서 유학 중인 성악가들로 구성됐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환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시다라는 부분을 한국말로 하면서 미사 시작을 알렸으며, 이에 문 대통령 내외는 엷은 미소로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오후 이탈리아 로마 주교황청대사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과 환담하고 있다. (로마=연합뉴스)

말씀전례 순서에서 주례사제인 파롤린 국무원장은 평화를 주제로 한 강론에서 다시 한 번 하느님께 온 세상을 위한 평화의 선물을 간청하고자 한다특별히 오랫동안의 긴장과 분열을 겪은 한반도에도 평화라는 단어가 충만히 울려 퍼지도록 기도로 간구하자고 말했다.

 

미사에는 주한교황대사를 지낸 몬테리시 추기경을 비롯해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참석차 로마를 방문 중인 유흥식·조규만·정순택 주교 등이 참석했으며, 특히 로마에서 차량으로 2시간 30분 거리의 아씨시에 있는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 수녀 6명도 함께했다.

 

그리고 소프라노 조수미씨와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의 부인인 칼리스타 깅리치 주교황청 미국대사, 박용만 몰타 기사단 한국 대표, 정의철 한인신학원 원장,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 최종현 주이탈리아 대사와 유혜란 주밀라노 총영사, 김경석 전 주교황청 대사, 로마·밀라노 한인회 간부 및 민주평통자문위원 등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미사직후 10분간 행한 기념연설를 통해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지난 9, 나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 세계에 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남·북한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으며 비무장지대에서 무기와 감시초소를 철수하고 있다. 지뢰도 제거하고 있다. 무력충돌이 있어왔던 서해 바다는 평화와 협력의 수역이 되었다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기 위해 마주 앉았으며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미국에 종전선언을 주문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오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이라며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우리는 기필코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파롤린 국무원장의 미사집전과 문 대통령의 연설은 생중계됐으며, 문 대통령은 미사를 마친 뒤 파롤린 국무원장과 만찬을 함께한 후 18일 정오(현지시각)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하며,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한 직후 파롤린 국무원장과의 회담을 끝으로 교황청 방문 일정을 끝낸다.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에 참석하고 있다.(로마=연합뉴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연설 전문이다.

 

찬미 예수님. 존경하는 파롤린 국무원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가톨릭의 고향,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여러분과 만나고 미사를 올리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한반도 평화기원 특별미사를 직접 집전해 주신 국무원장님, 그리고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고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교황청 관계자들께 한국 국민의 마음을 담아 깊이 감사드립니다.

 

반세기 전인 1968106, 이곳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한국의 순교자 24위가 복자품에 올랐습니다.

 

한국말로 된 기도와 성가가 대성당에 최초로 울려 퍼졌습니다.

500여명의 한국 신자들은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국은 지금 103위의 순교성인을 배출한 국가로서 한국의 순교성인 수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입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그날 강론에서 한국교회의 훌륭한 표양을 본받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은 선교사들에 의하지 않고 세계 교회사에서 유일하게 하느님 말씀과 직접 만나 교회가 시작되었다고 하셨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 부여된 큰 영광이었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낮은 곳으로 임해 예수님의 삶을 사회적 소명으로 실천했습니다.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와 사랑의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주었습니다.

 

한국의 사제들과 평신도들은 사회적 약자와 핍박받는 사람들의 곁을 지켰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때로는 거리에 서기도 했습니다.

저 자신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복지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헌신을 보면서 가톨릭을 모범적인 종교로 존중하게 되었습니다.

가톨릭교회에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9, 나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 세계에 천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남북한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무기와 감시초소를 철수하고 있습니다.

지뢰도 제거하고 있습니다.

무력충돌이 있었던 서해 바다는 평화와 협력의 수역이 되었습니다.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기 위해 마주 앉았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민들은 2017년 초의 추운 겨울,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길을 밝혔습니다.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평화의 길이 기적 같은 변화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교황청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 주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 주셨고 기도로써 동행해 주셨습니다.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하고 있는 남과 북,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 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파롤린 국무원장님, 내외 귀빈 여러분.

기독교와 유럽 문명이 꽃피운 인류애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반도에 용기를 주었습니다.

EU(유럽연합)가 구현해온 포용과 연대의 정신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여정에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인류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써왔습니다.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은 지구 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시편의 말씀처럼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입니다.

 

오늘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입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평화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교황청을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현지시간)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가 끝난 뒤 퇴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로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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