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개성공단 식’으론 안 되니 남한보다 더 좋은 걸 북한에 먼저 심자는 <서울 평양 스마트시티>

최영태 기자 2018.09.06 14:16:30

“개성공단 같은 남북경협 공단을 북한에 10개, 20개 만들면 그냥 통일이 된다”고 하는 주장이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맞는 얘기일 수 있지만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하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건축학 석사에 이어 북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민경태 재단법인 여시재 한반도미래팀장.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출연해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현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원장을 맡고 있다. 


민 박사는 이 책에서 ‘언제까지 북한의 저임금에 기댄 남북 경협에 매달릴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저임금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물론 당분간 북한 노동력의 임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 협력이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지식 기반 산업과 4차 산업 분야로 전환해갈 필요가 있다. 북한의 경제특구-개발구 계획 단계에서는 미래 산업구조 변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할 것이다.”(43쪽)


남북경협의 첫 단계는 지금처럼 개성공단 식이 되겠지만, 이걸 최종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되고,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포커스를 맞추고 첨단 산업의 터전으로서 북한과의 경협 플랜을 그려나가야 한다는 제안이다. 
“남한보다 앞선 첨단기술을 북한에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28쪽)

 

그래서 민 박사는 서울의 강남이 과거 1970년대에 첨단 도시로 개발됐듯, 앞으로는 평양의 대동강 이남이 개발될 차례이며, ‘평양 강남’에는 세계 최초로 지역 내에서 운행되는 모든 택시가 자율주행차로 구성되는 ‘자율주행 택시 시범지구’가 된 2033년 시점의 미래상을 그려 보여준다.(12쪽) 평양 역시 서울처럼 강북에 도심지가 형성돼 있어 서울처럼 강남 개발이 가능하다.

 

이처럼 남한보다 앞선 첨단 기술을 북한에 먼저 시도해야 하는 이유로 저자는 △남한은 이미 고도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첨단 시설을 도입하려면 사회기반시설을 해체해야 하는 비용이 들고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상 정부가 결정하면 큰 사회적 반대 없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특징 등을 든다. 

 

"새 개발 하기엔 남한보다 북한이 더 좋은 땅" 

 

가령 신도시 개발의 경우 남한에서는 온갖 이익이 걸려 있어 신도시 내 상가 지역을 잘게 잘라 분양해야 하고, 용적률 높이기에 급급해야 하지만, 중국 신도시에서는 건축 디자인 면에서 더욱 자유롭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볼 때는 미래 지향적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꼽는다.(36쪽)  

 

북한을 한반도 4차 산업혁명의 출발지로 만들자는 저자의 아이디어는 참신하면서도 도발적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걸 평양과 북한에 먼저 이식하자’는 아이디어는 상당한 반대에 부닥칠 수 있으며, 북한 측이 그 첨단 시설을 전유할 경우 남한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경태 박사가 제안한 한반도 전체의 8대 광역경제권 개발 계획도.

이런 우려를 감안해 그가 내놓는 제안이 ‘네트워크 경제’다. 북한이 물질적 생산요소를 직접 ‘소유’하는 게 아니라 남한의 수도권 인프라에 단지 ‘접속’함으로써 네트워크 경제를 성장시키면 이런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한반도 8대 광역경제권’을 제안한다. 물론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해주, 김포, 강화, 파주, 서울이 들어가는 ‘해주-개성-인천 벨트’다. 그래서 책 제목 역시 ‘서울-평양 스마트시티’다. 

 

금강산·동해 생태관광과 제2의 싱가포르 모델을 추구할 수 있는 ‘원산-금강산-양양 벨트', 그리고 백두산과 함경남도를 잇는 ‘백두산-단천-흥남 벨트'도 눈길을 끄는 제안이다. 

 

건축학도였던 필자는 사회주의적 계획도시의 대표격인 평양을 △대동강이 유유히 흐르는 전원도시이자 생태도시 △역사 유적지가 잘 보존되면서도 첨단 스마트시티로서의 기능을 모두 갖춘 세계적인 명품 도시로 재탄생시킬 도시 모델도 제안했다. 

 

과거 대륙 침략을 실행에 옮기면서 한반도를 병참 기지로 만들기 위해 일본 제국주의는 함경남도 함흥 등에 당시로선 최첨단 투자(일본 본토보다 더욱 발전된 공업 시설)를 했지만, 결국 패망하면서 그 공업시설은 북한의 차지가 됐다. 이런 사례를 볼 때 북한에 남한이 최첨단 투자를 한다는 것은 위험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저자의 주장은 더욱 파격적이며, 앞으로 이런 주장이 어떻게 남한 사회 안에서 받아들여질지 관심을 모은다. 

 

민경태 지음 / 미래의 창 펴냄 / 288쪽 / 1만 7000원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