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과 함께 - 인과 연’ 흥행이 개운하지 않은 이유 ① 정말 독과점 아닌가?

상영 점유율 60%로 만든 '쌍천만' 신화…이번에도 피해 못 간 독과점 논란

윤지원 기자 2018.08.14 08:17:18

12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의 상영 현황을 안내하는 전광판. '신과 함께 - 인과 연'이 다른 영화보다 자주 상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집계에 따르면 8월 1일 개봉한 ‘신과 함께 - 인과 연’이 12일까지 누적관객 963만 1168명을 기록, 광복절 전후로 1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1441만 관객을 동원한 전편 ‘신과 함께 - 죄와 벌’과 함께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시리즈 영화가 나란히 1천만 관객을 넘기는 ‘쌍천만 영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제작사, 투자사, 배급사는 물론 참여한 스탭과 배우들 모두 축제 분위기일 것이다. 한국 영화계 전체를 보더라도 시리즈의 계속된 흥행이 보장되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작품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경사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크게 성공한 작품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제작, 상영, 흥행 과정에는 따끔한 질책을 받아야 할 요소들도 많다.

 

피해갈 수 없는 독과점 문제

 

우선, 이런 흥행 기록과 관련해서 반드시 언급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있다. 심각한 문제로 자주 언급되어 왔고 또 말하기도 입 아픈 일이지만, ‘신과 함께 - 인과 연’의 흥행 기록 행진을 보면서 또 한 번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신과 함께 - 인과 연’이 개봉과 함께 개봉일 최다 관객 동원, 한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단 기간 200만 관객 돌파(개봉 2일차), 300만 관객 돌파(3일차) 등의 기록을 세운 것은 영화 자체의 힘보다 스크린 점유율 40%, 상영 점유율 59%를 장악한 싹쓸이 전략과, 해수욕장 모래밭조차 밟지 못할 만큼 뜨거웠던 폭염의 덕이 컸다.

 

8월 4일(토) 일일 박스오피스 상영점유율 순위. 이 주에 개봉한 '신과 함께 - 인과 연'이 전체 스크린의 59%를 차지했으며, 146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사진 = 영화진흥위원회 웹페이지 캡처)

개봉 4일차인 지난 4일 토요일, ‘신과 함께 - 인과 연’이 상영된 스크린은 전국 스크린의 39.5%에 해당하는 2235개였고, 이날 이들 스크린이 이 영화를 상영한 회수는 전체 상영 회수의 59%에 해당하는 1만 1159회였다.

 

같은 날 일간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영화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888개 스크린(15.7%)에서 3108회(16.4%) 상영되는 데 그쳤다. 스크린 수는 ‘신과 함께’의 약 40%, 상영 회수는 약 28% 정도에 불과했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은 7월 25일 개봉한 개봉 2주차, 11일차 상영작이었다.

 

이날 ‘신과 함께’가 하루동안 추가한 관객은 146만 6247명이었다. ‘미션 임파서블’의 일일 관객은 그 5분의 1을 겨우 넘는 31만 2704명이었다. 스크린 수, 상영 회수의 차이와 비교해보면 관객 동원력에서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수치다. 이런 수치를 기준으로 보면 개봉 2주차 영화가 개봉 첫 주 영화에 비해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처럼 보인다. 또한, 제작비를 많이 들인 대작이 홍보에 큰 돈을 쓰고, 개봉 첫 주에 최대한 많은 스크린을 차지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전략처럼 보인다.

 

11일(토)의 일일 박스오피스 상영점유율. 2주차인 '신과 함께 - 인과 연'이 이 주에 개봉한 '공작'보다 많은 스크린을 차지했다. (사진 = 영화진흥위원회 웹페이지 캡처)
같은 날 좌석점유율 순위. 배정된 좌석 중 판매된 수(관객 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좌석 판매율에서 '신과 함께 - 인과 연'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영화는 3주차 영화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을 포함해 다섯 편이나 된다. (사진 = 영화진흥위원회 웹페이지 캡처)

좌석 판매율을 보면 최강 아니다

 

그런데 좌석 수를 비교해보면 이 상황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날 전국 극장에서 ‘미션 임파서블’에 배정된 총 좌석 수는 43만 2555석이었다. 개봉 4일차인 ‘신과 함께’에는 193만 8146석이 배정됐다. ‘미션 임파서블’의 좌석 수는 ‘신과 함께’의 22% 정도에 불과했다. 상영 회수 비율은 7:3 정도인데 좌석수는 4:1 정도다. 대부분의 극장이 넓은 상영관을 ‘신과 함께’에 주로 배정했다는 뜻이다.

 

배정된 좌석수와 당일 동원한 관객수를 비교해보면, 이날 ‘신과 함께’의 좌석이 팔린 비율은 75.7%, ‘미션 임파서블’은 72.3%로 큰 차이가 없었다. 개봉 2주차 영화가 상영된 극장 안에서도 ‘신과 함께’ 못지않게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는 뜻이다. 다르게 말하면, 고개 아프게 올려봐야 하는 맨 앞좌석 두 줄 정도가 비는 것은 역대급 흥행 기록을 써내려간 ‘신과 함께’도 마찬가지였다는 뜻이다.

 

평일인 지난 화요일 ‘좌석 판매율’은 ‘미션 임파서블’이 29.4%로 ‘신과 함께’의 28.1%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이날 배정된 좌석 수가 46만 7천여 석과 183만 4천여 석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난 탓에 이날 1일 관객 수는 13만 7천여 명 대 51만 5천여 명으로 크게 차이가 났다.

 

새로운 주말이던 11일, ‘신과 함께’는 2주차 주말임에도 여전히 116만 3천여 석으로 가장 많은 좌석수(전체의 38.3%)를 배정받았다. 8일 새로 개봉해 4일차 상영일을 맞은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의 86만여 석보다도 30만 석 가까이 많았다. 3주차인 ‘미션 임파서블’의 좌석은 15만 5천여 석. 좌석 판매율은 ‘신과 함께’가 55.4%였고, ‘미션 임파서블’이 60.8%로 더 높았다.

 

11일 일간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정확히 좌석 배정수와 비례했다. 하지만 좌석 판매율은 일간 박스오피스 4위의 ‘몬스터 호텔 3’가 65.6%로 가장 높았고, ‘공작’이 65.5%로 그 다음 높았다. 두 영화 모두 그 주에 새로 개봉한 신작이었으나 배정받은 좌석은 두 영화를 합쳐도 ‘신과 함께’보다 적었다.

 

이날 ‘신과 함께’보다 좌석 판매율이 높았던 영화들 중 ‘공작’을 제외한 네 편의 상업 영화에 배정된 좌석 수를 모두 합하면 42만 346석이다. 여기에 이날, 100석도 안 되는 상영관, 심지어 36석에 불과한 상영관에서 한 차례라도 상영했던 53편의 다양성 영화에 배정된 좌석을 모두 끌어 모아 더해도 그 좌석 수는 50만 석에 못 미친다. 이날 ‘신과 함께’가 전국에서 하루 종일 6396회 상영되는 동안 팔리지 않은 빈자리 수는 51만 9324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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