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사회공헌(7)] 한반도에 ‘푸르름’을 심다, 유한킴벌리

식수사업 30년…남북 훈풍 타고 다시 北으로

선명규 기자 2018.05.23 09:25:47

▲지난 2007년 북한 고성군 금강산 일대서 진행된 유한킴벌리 신혼부부 나누심기 행사 모습. (사진=유한킴벌리)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유한킴벌리다. 1984년 식수(植樹) 캠페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시작으로 남북한 전역에 50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왔다. 최근의 남북 ‘해빙훈풍’을 타고 다시 북으로 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생활용품 기업이 식수사업에 외도한 30년을 들여다봤다. (CNB=선명규 기자)

1984년생 ‘우리 강산 푸르게’ 캠페인
한반도 전역에 ‘나무심기 운동’ 전개
‘양묘센터’ 완공… ‘北行’ 카운트다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공익 캠페인 문구 중 유명하기로 한 손에 꼽힌다. 이 땅을 녹음(綠陰)으로 물들이자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각인됐다. 

34년전 이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한 가지 오해가 바로잡혔다. 당시 우리 국토의 65%가 산지인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공기를 정화해줄 나무들이 빽빽한 숲은 드물었다. 모든 산이 수목으로 우거졌다는 것은 편견이었다.

이 때 시작한 캠페인인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조림(造林)의 중요성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범국민적 관심으로 빠르게 번진 이 활동은 꼬박 30년이 되던 지난 2014년에 우리나라 인구수와 같은 ‘5000만 그루’ 식재를 돌파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캠페인은 발전했다. 다양한 세부 프로그램들이 추가됐다. 

먼저 매년 식목일 즈음이면 신혼부부들과 함께 국유림(國有林)에 나무를 심는다. 2017년까지 신혼부부 2만770쌍이 참여했다. 숲을 조성하는 가운데 새로운 인생의 새출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또 최근엔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 국유지 일대(14만m2)에 꽃나무, 활엽수, 침엽수 4만여그루가 녹색 바다를 이루는 ‘신혼부부 숲’을 조성하기도 했다.

▲신혼부부들이 나무심기를 하고 있다. (사진=유한킴벌리)


UN(유엔)이 채택한 ‘의제 21’을 보면 생활환경보호를 위해선 여성과 청소년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점에 주목한 유한킴벌리는 1988년부터 매년 전국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체감하는 ‘사람을 키우는 숲체험 여름 학교 그린캠프’를 열고 있다. 산림청으로부터 인증 받은 이 산림교육프로그램은 ‘숲에 대해 알아보고’, ‘자연을 체험’하는 가운데 ‘진로에 대해 고찰’하자는 틀을 갖추고 있다. 작년까지 여학생 4387명이 참여했는데, 이 중 일부는 캠프에 재차 참여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숲’ 조성도 활발하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만들고 있다.

국내서는 서울의 상징 남산이 대표적이다. 남산 292만1000m2를 가꾸고 관리하며, 산림으로 올바르게 보전돼야 한다는 점을 알리는 ‘남산숲학교’와 ‘남산숲가꿈’ 활동을 진행 중이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생태축인 한강 주변도 중요 관리 대상이다. 2014년 여의도, 양화, 강서 지역에 한강숲을 만든 것이 시작. 2016년 한강뚝섬공원 내에 도시에서 유독 잘 자라는 우리꽃, 우리나무가 울창한 ‘인덱스가든 I’, 이듬해 같은 장소에 사계절 내내 형형색색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 ‘인덱스가든 II’를 조성했다.  

몽골 내 산림황폐지 복구도 하고 있다. 산불과 지나친 벌채로 사막화에 직면한 몽골 토진나르스에 2013년부터 소나무숲 복구를 시작해 이듬해 1000만그루를 조림했다. 2015년부터는 현지주민을 대상으로 숲가꾸기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양묘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 묘목(사진=유한킴벌리)


한반도 덮는 ‘녹색꿈’ 성큼

우리 강산을 푸르게 만들겠다는 의지는 휴전선 건너에도 미친다. 북한은 최근 20년간 매년 여의도 면적 약 430배에 달하는 12만7000ha(헥타르) 정도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에 견줘 황폐화가 극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땅이 민낯을 드러내면서 크낙새, 반달가슴곰 등 70여종의 야생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 더욱 우려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북녘에 당도할 나무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4년 다수의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를 시작했다. 기본적인 양묘센터 조성방안 연구와 기본계획 수립, 공동산림사업협약체결, 기반시설 구축 등의 과정을 거친 끝에 지난해 1.1ha(1만1000㎡) 규모의 ‘미래숲 양묘센터’를 강원도 화천에 조성했다. 

유한킴벌리, 북부지방산림청, 시민단체 ‘생명의숲’과 공동 운영하는 이 양묘센터를 통해 연간 45만톤의 묘목을 생산할 계획이다. 주요 수종은 소나무, 낙엽송, 상수리나무, 자작나무, 쉬나무 등이다. 이 나무들은 DMZ(비무장지대) 일원과 북한의 산림 황폐지를 녹음으로 바꾸는 개체가 될 예정이다.

북한에 나무를 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1999년부터 약 1300만 그루에 해당하는 나무종자와 묘목 지원사업을 해왔다. 이후 2009년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중단됐지만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를 만들며 관계가 회복되길 기다렸다. 

회사측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훈풍이 불기 시작하자 이 사업이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CNB에 “올해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에서 소나무 15만본이 첫 출하될 예정”이라며 “이 묘목들이 북측이나 비무장 지대의 숲 복원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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