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주총①]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유통업계 ‘뜨거운 감자’는?

‘정중동(靜中動)’ 행보…롯데에만 ‘시선집중’

도기천 기자 2018.03.13 08:52:27

▲(왼쪽부터)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서울 압구정 현대백화점 본점 모습. (사진=각 사)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개막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총은 의결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는 섀도우보팅(Shadow Voting) 제도의 폐지, 전자투표제 확산, 주총일을 분산하자는 정부차원의 캠페인 등이 맞물리면서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최대 화두로 부상했다. CNB는 기업들의 주총 시즌에 맞춰 분야별로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첫 번째는 유통업계다. (CNB=도기천 기자) 

호텔롯데 상장 안건 제외…뉴롯데 차질 
성장 멈춘 신세계·현대白, 투자 안건 無   
KT&G, 사장 연임 놓고 표대결 가능성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이른바 ‘유통 빅3’가 한동안 신규점포를 열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유통업계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쇼핑 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데다,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유통규제까지 겹치면서 성장세가 멈춰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맞는 올해 주총은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업재편과 투자계획 등이 안건에 올랐지만 올해는 주요 임원의 재선임, 주주 권익보호와 경영 투명성 강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선 주목받는 곳은 유통업계 1위기업인 롯데다. 롯데그룹은 작년 10월 유통·식품 부문 42개 계열사를 편입한 롯데지주를 창립해 ‘뉴롯데’를 출범시켰다. 이후 롯데지주에 주요 계열사들을 합병하는 형태로 한때 74만8000여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했다. 

올해 초 단행된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이라 할 수 있는 신규 임원을 100명 넘게 발탁하고, 50대 CEO를 주요 계열사에 전진 배치하는 등 인적쇄신도 이뤄냈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에 연루돼 최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라 ‘뉴롯데 시즌2’가 차질을 빚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호텔롯데의 상장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한국 롯데의 중간지주회사 격이자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인 이 회사의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혁의 완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롯데홀딩스를 비롯한 일본 지주사들이 99%의 지분을 가진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국내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40%대로 높아지게 돼 롯데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일본 기업’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오는 28일로 예정된 호텔롯데 주총에서 상장 관련 안건은 배제됐다. 송용덕 부회장과 장선욱 부사장 재선임에 대한 안건 외에는 눈에 띄는 게 없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CNB에 “호텔롯데 상장은 몇 년 전부터 추진해온 숙원 사안이지만 유통업계 침체와 회사 사정으로 올해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임시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 전 확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회장 연임 무난할 듯

23일 열리는 롯데쇼핑 주총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거취에 시선이 쏠린다. 신 회장은 지난달 구속 직후 일본롯데홀딩스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롯데쇼핑 등의 사내이사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을 책임지고 있는 롯데의 주력 기업이다. 

따라서 신 회장의 롯데쇼핑 이사직을 유지 여부에 따라 뉴롯데 플랜의 향배가 결정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사실상 ‘옥중 경영’에 나섰고,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등기이사직 유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롯데쇼핑과 같은 날 열리는 롯데지주의 주총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롯데의 지주사로 창립된 후 첫 주총이라는 점에서다. 롯데그룹 사업재편과 지주사 체제 완성,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체제 강화 등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신동빈의 형)이 이번 롯데 주총을 통해 반격을 도모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롯데는 ‘오너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롯데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와 롯데지주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광윤사 지분 50%를 가진 최대주주다. 따라서 광윤사를 통해 롯데 계열사들의 주총에서 자신의 입지를 드러낼 수도 있다. 

하지만 실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15년 7월 시작된 형제간 분쟁 이후 수차례 열린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종업원지주회(지분 27.8%)와 임원지주회(6.0%) 등이 신 회장 편에 섰기 때문이다. 지주회는 한국의 우리사주조합과 비슷한 형태로 임직원이 자사 주식을 보유해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이는 주주들의 향방을 결정짓는 열쇠다. 

롯데 관계자는 “광윤사가 일본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이긴 하지만 일본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신 회장 지지를 여러차례 표명한 만큼, 일본롯데가 한국의 주총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내다봤다.  

▲작년 11월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화점업계 신규출점 ‘옛말’

이처럼 롯데 주총이 유통업계의 관전 포인트로 부상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다른 유통대기업들은 차분한 분위기다.  

백화점 사업에 올인 해 온 현대백화점그룹은 투자 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2020년에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을 끝으로 최소 3~4년 내에는 새 백화점을 지을 계획이 없다. 

23일 예정된 주총에서는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 내에 보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는 안건이 눈에 띈다. 경영성과에 따른 임원진의 보수를 객관적으로 평가(보상위)하고, 공정거래법 잣대보다 엄격한 요건을 적용(내부거래위) 하겠다는 것으로 재벌개혁 흐름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이밖에 정지선 회장과 이동호 부회장의 재선임안, 노민기 전 노동부 차관을 사외이사로 올리는 신규 선임안이 상정돼 있다.
 
신세계(백화점·이마트)도 조용한 분위기다. 현대백화점처럼 향후 2~3년 간은 백화점 출점 계획이 없다. 이마트의 국내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45개로, 전년도에 비해 2개 줄었다.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국내 최초로 대형마트를 연 이후 점포 수가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16일 열리는 주총 또한 이런 분위기를 방증하듯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선임 건 외에 별다른 안건이 없다.
  
16일 열리는 KT&G(케이티앤지) 주총에서는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놓고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백 사장의 재신임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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