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정치와 기업㉕] 산업은행·기업은행 ‘낙하산 논란’…임추위로 해결될까

‘강제 설치법’ 뜨거운 감자 부상

이성호 기자 2017.12.15 10:36:29

CNB가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보다 정의로운 시장경제를 추구하며 연재하고 있는 <연중기획-정치와 기업>의 이번 주제는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정부 소유 금융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입니다. 그동안 지적돼 온 ‘금피아(금융+마피아)’ 오명을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공정·투명한 인사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임원추천위원회 설치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찬·반 논란을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금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근절책으로 임원추천위원회 강제화 설치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추위로 낙하산 인사 막아야
금융위, 협업관계 중시 ‘난색’
산업은행·기업은행 “신중해야”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임원 임명절차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을 따라야 한다. 

공운법에서는 공기관을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공기업·준정부기관은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절차를 진행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의 경우 기타공공기관으로 임추위 설치 의무가 없다.

현행법에 따라 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전무이사·이사는 회장의 제청에 의해 금융위원회가 임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임원추천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 한마디로 임원추천위원회가 임원(전무이사·이사)을 추천하고 회장이 제청하면 정부(금융위)가 임명하는 구조다.    

기업은행은 아예 임추위조차 없다. 은행장이 추천(제청)한 임원(전무이사·이사)을 정부가 임명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실질적인 인사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채이배 의원(국민의당)이 산업은행(산업은행, KDB인프라자산운용, 산은캐피탈, 한국해양보증보험), 기업은행(기업은행, IBK시스템, IBK신용정보, IBK연금보험, IBK자산운용, IBK저축은행, IBK캐피탈, IBK투자증권),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정부지분보유 금융회사 27곳의 전체 임원을 분석해 보니 현직 임원 255명 중 97명이 관피아(모피아 포함)·정피아 출신이었다.

즉, 전체 임원의 약 40%가 낙하산이라는 얘기다.

또한, 2008년~2017년 7월까지 산업은행의 퇴직 임직원 135명이 낙하산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퇴직 임직원(135명)들이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이나 구조조정 진행 중인 곳에 낙하산으로 내려갔다. 또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관리·감독 소홀로 부실을 낳게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기업은행도 피차일반이다. 김해영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2013년~2017년 10월까지 기업은행 및 자회사(IBK캐피탈,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자산운용, IBK저축은행, IBK신용정보)에 임원으로 재직 중인 정치권·금융관료·행정부 출신 인사는 총 41명에 달했다. 

▲사진 위 산업은행 전경, 아래 기업은행. (사진=연합뉴스)


자율성 vs 투명성 “팽팽”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법개정이 추진 중이다.   

현재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김영주 의원, 제윤경 의원, 노웅래 의원 각각 대표발의)·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노웅래 의원, 김관영 의원 각각 대표발의) 등이 올라와 있는데,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축조심사를 마친 상태다. 

개정안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자 골자는 기관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에 대해 임추위 절차를 의무화했다는 것.

개정 찬성 측은 공운법상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타 정책금융기관들이 이미 임추위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기업은행도 이를 법률로 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정부 및 정부산하 기관들이 100%지분을 갖고 있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51.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상법에서는 50%이상의 주식을 가지면 경영지배권을 갖는다. KB국민은행·KEB하나은행·우리은행 등 민간 시중은행들과 달리 정부가 사실상 지배권을 갖는 기관이므로 준정부기관처럼 임추위를 설치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단 금융위는 산업은행·기업은행은 공운법상 임추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닌 기타공공기관이므로 공운법의 규정 취지에 따라 기관의 자율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국회 상임위에 전했다.

특히 기관장까지 임추위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선 난색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부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정부가 대주주인 국책은행으로서 효과적인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 정부와 긴밀한 협업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임추위 구성보다는 정부의 인사권이 적정하게, 제대로 된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더 정책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은 일단 개정안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 하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으고 있다.

이대현 산업은행 전무이사는 “금융공기관으로서 여러 가지 특수성이 많이 있다”고 전제하며 “CEO 임명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든가 또는 여러 가지 논란이 나왔을 때 과연 효율적일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 양쪽으로 같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상현 기업은행 전무이사도 법안소위에서 “임추위 설치를 통해 임원으로서의 적격성을 갖춘 자를 추천해서 임명하자는 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전제한 뒤 “임추위 추천을 거친 자를 후보로, 또 너무 제한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설치 근거법에서 임추위를 직접 규정하는 예가 많지 않고, 은행장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임면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CNB에 “임추위 설치에 대해 국회에서 결정이 나면 후속절차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상임위에 전달했다”며 “법률로써 입법기관에서 정하는 것임에 따라 통과가 되면 거기에 따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은 현재로서는 자체적인 임추위 설치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이처럼 여당 측에서 발의된 법안임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반대하고 있고, 해당 국책은행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로 향후 법안 심사 논의 과정이 예의주시 되고 있다.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정권이 바뀐 지난 8월 (여당 의원임에도) 이 개정안들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이는 낙하산 인사 근절을 위한 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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