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기구한 기업史 동부대우전자…‘마지막 대우맨’ 운명은?

인수전 막바지…‘대우’ 두 글자 지켜낼까

도기천 기자 2017.12.14 14:12:54

▲다른 기업에 인수됐지만 여전히 ‘대우’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옛 대우그룹 계열사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16년 3월 포스코대우(구 대우인터내셔널) CI 선포식, 서울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사옥, 동부대우전자의 해외 신제품 로드쇼.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1980~90년대 삼성·LG전자와 함께 국내 가전 3사로 꼽혔던 ‘탱크주의’ 대우전자. 힘겹게 이 회사의 명맥을 잇고 있는 ‘동부대우전자’가 4년 만에 또다시 회사의 주인이 바뀔 처지가 되면서 비운의 ‘대우 사(史)’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마지막 대우맨들은 ‘대우(DAEWOO)’ 두 글자를 지킬 수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탱크주의’ 명맥 잇는 동부대우전자
외국서 더 인기…글로벌 가전사 눈독 
위태롭게 이어온 대우 브랜드 지킬까

14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 인수전에는 국내업체인 대유위니아와 해외업체인 이란 엔텍합-웨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하 엔텍합), 터키 베스텔, 중국 메이디그룹 등 4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부대우 매각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이들 중 대유위니아와 엔텍합, 베스텔 3곳을 인수적격 예비후보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이달 중 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동부대우전자가 다시 매물로 나오게 된 사연은 복잡하다. 2013년 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를 인수한 동부그룹은 ‘동부대우전자’라는 사명으로 사실상 ‘대우전자’를 부활시켰다. 1999년 대우전자가 대우그룹에서 분리돼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14년 만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자금력이 넉넉지 않은 동부그룹은 KTB PE(사모펀드), 한국증권금융 등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인수자금을 유치하면서 △3년내 순자산 1800억원 이상 유지 △2018년까지 기업공개(IPO) 등을 약속했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FI들이 동반매도청구권(대주주의 지분 동반매각)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옵션을 걸었는데 이 점이 복병이 됐다. 

동부대우전자는 매출이 점점 줄다가 지난해 말 순자산이 1600억원대로 감소했다. FI는 약속이 충족되지 못하자 지난 7월부터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 45.8%에 동부그룹이 가진 54.2%의 지분을 더해 100% 지분 매각에 들어갔다. 

▲말레이시아 현지 소비자들이 동남아 전통 의류 세탁에 최적화 된 동부대우전자의 ‘바틱 케어 세탁기’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동부대우전자)


그룹 해체 됐지만 성장신화는 진행형

동부대우전자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엔텍합과 베스텔은 각각 이란과 터키에서 내로라하는 가전업체들이다. 

이란 최대 가전업체인 엔텍합은 2010년 동부대우의 전신인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전에도 뛰어든 바 있다. 베스텔은 유럽 TV 시장에서 2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전·IT(정보기술)업체다. 2014년에는 스마트폰 시장에도 진출했다.

외국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대우의 역사와 무관치 않다. 1967년 설립된 대우그룹(당시 대우실업)은 1970년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기업으로 성장했다. 1974년 대우전자, 1975년 종합상사, 1978년 대우조선공업, 1983년에 대우자동차를 설립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승승장구했다.  

특히 대우전자는 ‘탱크주의’로 외국에서 명성이 높았다. 1999~2000년 대우사태로 대우의 대부분 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와중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룹 붕괴 여파로 결국 2006년 파산했지만 이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재탄생하며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부문에서 꾸준히 신화를 이어갔다. 

동부그룹에 인수된 지 2년만인 2015년에는 멕시코 냉장고 시장에서 점유율 31%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으며, 중국 120개 도시에서 매장 250여개를 열었다. 현재 100여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과 남미, 북아프리카 지역 가전제품 분야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약 80~90% 가량을 글로벌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남아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특유의 현지화 전략으로 작년에 현지 전통의상 ‘바틱(Batik)’을 자동세탁 할 수 있는 ‘바틱 케어 세탁기’와 동남아 음식 자동조리기능 ‘아얌고랭 복합오븐’을 내놨다. 

이미 자리를 잡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외에도 필리핀, 미얀마, 브루나이, 라오스, 캄보디아 등 아세안 9개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에서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 3만2000대가 완판된 것은 그간 쌓인 신뢰의 결과였다.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 (사진=연합뉴스)


대우맨들 사명에 애착 커

이런 상황으로 볼 때 현재로서는 어느 기업에 인수되더라도 ‘대우’ 브랜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옛 대우그룹은 사라졌지만 동부대우전자처럼 아직도 ‘대우’ 두 글자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몇 더 있다.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은 2016년 사명을 ‘포스코대우’로 변경하면서 대우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미래에셋증권의 손에 들어간 대우증권은 ‘미래에셋대우’로 재탄생하면서 ‘대우’ 명칭이 유지되고 있다. 옛 대우중공업에 뿌리는 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으로 넘어갔지만 브랜드는 여전히 ‘대우’다. 금호아시아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가 다시 산업은행으로 넘어간 대우건설도 이름은 그대로다.  

현재 대우 브랜드의 소유권은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된 포스코대우(옛 대우인터내셔널)가 갖고 있다. 이 기업은 동부대우전자 등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로 매년 30억원 가량의 부가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우그룹 출신 대우맨들은 유독 사명에 대한 애착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예가 ‘사우디 대우차’ 프로젝트다. 

2014년 사우디 정부는 완성차 대량생산을 위해 당시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대우)과 손을 잡았는데 국민차 명칭으로 ‘DAEWOO(대우)’를 사용하길 원했다. 중동에서 ‘탱크주의 대우’에 대한 인지도가 예전부터 높았기 때문. 대우맨들은 자존심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이 사업에 온힘을 쏟았다. 

하지만 과거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과의 브랜드 분쟁, 합작법인의 대주주 변경 등으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해외에서 ‘대우’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높은 만큼 동부대우전자를 누가 인수하든 간에 대우 브랜드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도 “인수합병 후 제2창업 규모의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일 경우는 사명에 연연하지 않고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확신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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