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전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해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자신있게 존재감을 과시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당은 내부적으로는 호남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본회의직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찬·반이 145 동수로 나오면서 부결됨에 따라 국민의당이 존재감을 보인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존재감을 내려 한 것은 아니고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덧붙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원내지도부는 국민의당의 반대표로 호남 출신인 김 전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됐다는 여권의 비판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동시에 혹시 모를 ‘후폭풍’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등 안 대표의 전날 발언한 것이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진화에 나섰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12일 오전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김이수 후보자 부결에 대한 책임론 분석이 어처구니 없다. (여권이) 이번 표결 결과에 대해 일방적인 비난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김 후보자는 올곧은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분으로, 견해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떤 잘못도 없으며, 오히려 문제의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이번 투표 결과는 인사 난맥과 독선에 대한 경고”라고 규정하면서 “국민의당 의원들은 존재감이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이 아니다. 의원 개개인이 신중하게 고뇌에 찬 투표를 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 의장은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의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오만한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음을 밝힌다”며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가 아닌, 정도를 걸으며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전날까지만 해도 김 후보자 낙마로 국민의당이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이를 ‘성과’로 내세우기보다는 파장이 안 대표의 ‘오만함’과 ‘국민의당 책임론’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하는 데 애쓰는 모양새다.
호남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솔직히 호남 여론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며, 특히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원내 전략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으나 비호남계 사이에서는 “이번을 계기로 분명한 원칙을 갖고 대여 강경노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 국민의당은 여론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책임론’에는 강력히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렇듯 부결 사태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국민의당과 달리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어제) 부결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의 독주, 협치 실종에 대해 야 3당이 강력히 견제할 수 있는 기조를 만들었다고 확신한다”라며 “야 3당이 강력한 공조를 통해 정기국회에 임할 시 좌파 포퓰리즘의 독주를 멈출 수 있고 오만한 여당이 독주를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정 원내대표는 “정책 연대를 넘어 정치적 연대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강조하는 등 ‘김이수 부결’을 기점으로 야 3당이 공조해 문재인 정부 견제에 나서자는 노골적인 러브콜을 국민의당에 보내고 있어 당 지도부를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