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법은 ‘미스터피자’ 보다 똑똑해야 한다

도기천 기자 2017.09.11 09:11:41

(CNB=도기천 부국장) “아버지가 오너인 항공사에 아들이 소유한 회사가 기내 물품을 독점 납품했다면 부당내부거래(일감몰아주기)에 해당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제재 대상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흔히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 자체로 처벌받는 걸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부거래로 이익을 봤더라도 위법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공정거래법은 정상거래 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인가를 따진다. 경쟁업체보다 아들 회사제품을 더 비싸는 구매하는 식으로 대놓고 가족을 돌봤다면 문제가 된다. 

두 번째는 일명 ‘통행세’가 있었느냐다. 회사끼리 직거래를 하면 될 일을 중간에 아들 회사를 세워 이윤을 챙기는 수법이다. 

세 번째 쟁점은 오너 일가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경쟁을 제한한 사실(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이 있느냐다. 이밖에도 법은 거래조건, 특수관계인 여부, 기업의 경영효율성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부당한 이익’인지를 판단한다. 

최근 한진그룹(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재판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총수 일가가 소유한 기업들에게 각종 비용을 과다지급 하는 식으로 이익을 보장해줬다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지난 1일 법원은 해당 거래가 정상 거래와 비교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라는 점을 공정위가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결했다. 정상 범주를 벗어난 비용 지불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기업들은 조 회장의 자녀 조현아·원태·현민 씨가 대부분 지분을 가진 회사다. 기내 면세품 광고, 시스템 유지보수 등이 주요사업이다. 누가 보더라도 ‘냄새’가 난다고 볼만 하지만 재판부는 오로지 법의 잣대로만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재벌개혁을 화두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래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재계는 모처럼 안도하고 있다. 

재벌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며 대대적인 대기업 갑질 규제에 나선 시기다 보니 그동안 기업들은 가슴을 졸여왔다. 특히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최근 개정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종전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5조원 이상으로 넓혀져 한국타이어, 코오롱, 교보생명보험, 동부, 한라,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세아, 중흥건설, 이랜드, 한국GM, 태광, 태영, 아모레퍼시픽, 현대산업개발, 셀트리온, 하이트진로, 삼천리, 한솔, 금호석유화학, 카카오 등 20여 기업이 감시대상에 추가된 상태다보니 더 그랬다.

▲미스터피자 광고 사진. (엠피그룹 홈페이지 캡처)


법에는 ‘괘씸죄’가 없다

대한항공 사례는 줄줄이 예고된 기업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공정위가 올 1~8월까지 불공정행위 혐의로 기업들을 검찰에 고발한 건수는 무려 58건에 달한다. 특히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6월 14일부터 약 2개월 간 고발건수만 20건을 넘는다. 2015년 51건, 지난해 49건이었다는 점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이 중 미스터피자의 일명 ‘치즈 통행세’는 재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표적인 사건이다. 

검찰에 따르면,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전 엠피(MP)그룹 회장은 2005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맹점에 공급할 치즈를 자신의 동생 정모씨가 운영하는 CK푸드를 통해 구입하면서 정씨에게 상당한 이익을 줬다. 정씨의 회사를 중간 거래업체로 끼워 넣는 방법으로 일명 ‘통행세’를 챙겼다는 것. 

검찰은 정 전 회장 형제가 이렇게 챙긴 부당이익이 57억원에 이른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해 정 전 회장은 구속기소, 정씨는 불구속기소했다. 

하지만 CNB 취재 결과 대한항공 사례처럼 엠피그룹이 정씨 회사로부터 구입한 치즈가 정상가격보다 높거나 시장질서를 해쳤다고 볼만한 근거가 뚜렷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단독] 미스터피자 ‘치즈 통행세’ 사건, 2% 숨은 진실)

엠피그룹 뿐 아니라 피자업계는 관행적으로 대리점을 통해 치즈를 구매해왔다. 엠피그룹은 매일유업 대리점(CK푸드)을 운영하고 있는 정씨와 서울우유 A대리점을 통해 치즈를 납품받아왔는데, 두 곳의 공급단가가 같았다. 이는 정씨의 대리점이 ‘특별한 혜택’을 받은 게 없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서울우유·매일유업 본사와 직거래를 하면 더 싸게 공급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피자업계가 대리점과의 거래를 선호하는 이유는 물량 조절, 클레임(하자) 처리, 대금 결제 등이 직거래에 비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엠피그룹의 경우 어음으로 대금을 결재할 수 있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정 전 회장의 가맹점주들에 대한 갑질(보복출점) 논란으로 인해 검찰이 무리한 법리적용을 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검찰에 앞서 조사를 벌인 공정위는 별다른 위법사실을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검찰이 이례적으로 공정위에 고발해줄 것을 요구(고발요청권 행사)했다는 점은 여론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법에는 괘씸죄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법은 국민감정보다 냉정해야 한다. 열 사람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게 현대 형법 정신이며, 그것이 법치의 근간이다.    

‘갑질’과 ‘통행세’는 전혀 다른 사안인 만큼, 사법당국은 보다 냉정한 잣대로 이 사건을 판단하길 바란다. 법은 대한항공보다, 미스터피자보다 더 똑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CNB=도기천 부국장) 


▲ CNB뉴스, CNBNEWS, 씨앤비뉴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