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의 튀는 경제] 절대평가냐 상대평가냐 논쟁에 앞서

정세현 기자 2017.06.26 10:08:46

잭 웰치는 20년 동안 GE를 경영하면서 매해 모든 직원들을 S, A, B, C 등급으로 평가하고 S등급을 받은 직원에게는 특별 승진과 보너스를 제공하고 C등급을 받은 직원은 가차 없이 해고했다. 

평가자가 온정주의에 빠질 것을 염려해 반드시 C등급 비율을 10% 선으로 강제했다. 이러한 평가방식을 통해 GE의 전략과 부합되는 직원을 보유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였다고 얘기된다. 상대평가를 기업 인사평가에 적용한 것이다.

예전에 본인이 몸담았던 회사에서도 인사평가의 근간은 상대평가였다. 하지만 실제 목격한 바로는 C등급을 받은 직원은 성과부진자라기 보다는 퇴사를 앞두고 있는 직원이어서 성과평가 결과가 중요하지 않거나, 평가자와 개인적으로 사이가 원만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대로 A등급을 받은 직원은 승진을 앞두고 있거나 평가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직원이 많았다.

일부 대학교에서 학생들의 취업이 어렵다 보니 교수들 입장에서 도움을 주려고 90% 이상의 학생에게 A를 주었다는 최근 기사가 있었다. 필요에 의해서 자체적으로 상대평가를 절대평가화(化) 한 것이다. 

하지만 타 대학에서 열심히 한 학생의 A와 같은 평가를 내리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대평가는 과도한 경쟁심리, 과잉변별력(과연 99점을 받은 학생이 95점을 받은 학생보다 그렇게 많이 우수한 것인가)과 같은 많은 폐해가 있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사람들 마음속에는 상대평가가 절대평가보다 더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공정성 또한 평가의 중요한 잣대이다.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학교생활기록부로 대학 입학이 결정되는 학생부종합전형에 있어서는 엄마의 정보력과 경제력이, 채용에 있어서 학력과 이력을 블라인드 테스트 했을 때에는 외모와 언변이 합격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어느 쪽이 옳은지 정답은 없다. 그러나 입시제도의 근간을 고치는 일이나 채용방식의 변화를 정하는 일에 있어서는 본인 주장의 장점을 말하기 전에 상대측 염려에 대한 해결안을 내주기 바란다. 

상대평가를 주장하는 분들은 과잉경쟁에 대하여, 절대평가를 주장하는 분들은 공정성과 합리적인 변별기준에 대한 나름의 해결안을 가지고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 [정세현의 튀는 경제]는 매월 1회 연재됩니다


■ 정세현 (문제해결 전문가)
현 티볼리컴퍼니 대표, 한우리열린교육 감사
전 삼일회계법인 PwC Advisory 컨설턴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영국 Nottingham Trent University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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