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결국 ‘노동가치’ 세워야

손강훈 기자 2017.06.19 15:09:31

▲우리사회에서 '노동가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노동'을 '비용절감'이란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결국 비정규직 문제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19일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의 시위 모습. (사진=연합뉴스)

얼마 전 ‘알쓸신잡’이란 예능프로그램을 보다 지난달 경제 분야에서 최고 화제였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떠올랐다.

프로그램 특성상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비정규직 얘기가 유난히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은 출연자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착취’의 시선에서 접근한 방식 때문이었다. 사실 그동안 ‘비용’의 시각에서 접근한 재계단체와 기업의 입장에 질려있던 점이 크게 작용한 면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공항공사 등 공기업을 시작으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롯데그룹, 무학 등 일부 민간기업이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며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가 커지자, 여러 이유를 든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재계단체에선 인건비 증가로 인한 경영 어려움, 신규채용 감소 등을 내세우며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했다. 건설업계처럼 업종의 특성(2~3년간 공사 진행)을 이유로 정년을 보장하는 정규직 채용이 불가하단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는 ‘비정규직은 비용절감의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기업의 인식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더 나아가 ‘노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반면 노동계는 이 문제에 대해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업종에 따라 정규직 전환보다는 ‘인력하청’을 없애는 직접고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부분 비정규직은 직접고용 형태보다는 하청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쉽게 말하면 노동의 ‘중간상인’이 존재한다는 것. 중간상인(인력업체)도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하청의 단계가 내려갈수록 노동자의 근무여건과 임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직접 채용을 통해 노동안정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불법하청만 없애도 상당히 정규직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이 말은 ‘노동가치’를 제대로 인정해달라는 것과 같다.

사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는 계속 하락해왔다. 

근로(勤勞)가 노동(勞動)이란 말을 대체하며, 사용자(회사)를 위해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은연중에 강조됐고 노동자와 회사(사용자)는 동일한 조건으로 노동력과 대가(임금)를 교환해야 하지만 회사가 생계를 무기로 갑의 위치에 올라서면서 공정한 노동 대가, 근무조건 등을 요구하는 것이 사치가 됐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만들어 노동의 급을 나누면서 임금, 휴가, 승진 등의 차별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돼 버렸다.

공공성이 중요한 분야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잃었던 선생님이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오랜 기간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도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 문제에 기인한다.

결국 ‘비정규직→정규직’ 문제는 ‘노동가치 회복’이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낮아져 있는 노동의 가치를 적절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인식확산’과 ‘제도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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