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텔링] 계륵 신세 된 ‘박근혜표 뉴스테이’…문재인 정부 해법은?

건설사들 수익성 놓고 ‘잠 못 이루는 밤’

손강훈 기자 2017.06.19 09:04:11

▲문재인 정부가 뉴스테이 수정을 예고하면서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건설 뉴스테이 '힐스테이트 호매실' 완성 모형. (사진=손강훈 기자)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가 궤도 수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업계가 혼돈에 빠졌다. 새 정부가 공공성 확대를 이유로 임대료인하를 시사하면서 새먹거리로 추진해온 임대사업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뉴스테이’의 운명은 어찌될까. (CNB=손강훈 기자)   

공공성 강화? 임대료 낮추라는 말
새먹거리 뉴스테이, ‘늪’이 될 수도 
정부시책이라 안할 수도 없는 ‘계륵’

“분양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임에도 정부시책이라서 해왔는데, 지금 와서 마치 큰 특혜를 받고 있는 것처럼 비춰져서 당황스럽다. 결국 임대료를 더 낮추라는 얘기인데 이를 선뜻 받아들일 건설사가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A대형건설사 홍보이사)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이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됐던 뉴스테이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안개속이다. 김 후보자가 기업형임대주택 사업을 ‘공공성 부족’으로 평가하고 제도개선과 사업계획 재수립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뉴스테이는 국토교통부가 2015년 1월 주거안정대책으로 내놓은 정책으로 민간기업과 정부가 손잡고 임대주택을 보급하는 사업이다. 임대료는 주변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지만, 특별한 자격 제한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입주 신청을 할 수 있으며 8년간 거주기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임대료 상승률도 연 5%로 제한된다.

전 정부의 대표적인 주택브랜드였던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지속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국민 주거안정’이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진행돼 왔다. 특히 새 정부가 매년 17만 가구의 공적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뉴스테이의 불확실성은 사라졌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올해 대략 6만1000가구의 임대주택 부지를 확보해 영업인가 4만2000가구, 입주자 모집 2만2000가구를 추진할 것이라 밝혔으며 그에 대한 관심도 식지 않았다. 올해 3월 분양된 뉴스테이인 GS건설의 ‘동탄 레이크자이 더 테라스’와 현대산업개발의 ‘동탄 호수공원 아이파크’는 경쟁률 각각 12.83대 1, 6.7대 1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판매를 마쳤다.

건설사들도 분양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뉴스테이 등 임대사업 쪽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고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달 22일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업체인 ‘다날 쏘시오’와 뉴스테이 입주민 주거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자회사 ‘푸르지오서비스’를 통해 임대관리사업을 진행 중인 대우건설은 올해 안에 독자적인 임대관리시스템과 부동산종합서비스 브랜드 론칭할 계획이며 임대시장 성장에 대비하기 위해 테스크포스(TF)도 운영 중이다. 대림산업과 GS건설도 각각 자회사 ‘대림 AMC’와 ‘이지빌’을 통해 직접 주택임대 부문을 관리하고 있으며, GS건설의 경우 임대주택 전용브랜드 ‘자이에뜨’를 따로 만들었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주택임대사업을 벌여온 부영그룹(부영주택)은 이 분야 최대강자로 자리 잡은 상태며, 삼성생명 본관, 삼성화재 사옥, 포스코건설 사옥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 KEB하나은행 본점 빌딩 매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임대사업의 폭을 넓히는 중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뉴스테이의 공공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대료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사업계획 다시 수립해야”

이런 가운데 새 정부는 상황 변화를 예고했다. 김현미 후보자는 지난 12일 인사청문회 답변자료를 통해 “뉴스테이는 규제 최소화, 택지·세제·기금지원 등 특례에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시세와 유사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미미해 공공성이 부족한 문제가 있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공공성 부족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를 개편하고 사업계획을 다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동안 저조했던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정부 재정부담 절감, 민간 유휴부지 활용 등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김 후보자의 입장으로 볼 때, 새 정부는 민간기업의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기본 전제는 유지한 채,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제도 보완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소식에 건설사들은 당황하고 있다. 분양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공공성 확보를 이유로 정부가 사실상 ‘임대료 인하’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물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과 일자리 추경 등으로 여야가 대립하고 있어 김 후보자의 임명이 철회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와 별개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검토, 해외수주 부진, 탈원전·탈석탄발전 정책으로 인한 수주 감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요구 등과 더불어 수익 악화의 또 다른 악재가 될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CNB와의 통화에서 “뉴스테이 제도개선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성 여부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고민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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