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의 튀는 경제] 대통령 당선인께,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가

정세현 기자 2017.04.28 09:26:47

우선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경선 과정서부터 힘든 여정을 달려오셔서 체력이나 정신력이 많이 소진되었을 것이나 산적한 난제들 때문에 편히 쉬시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먼지 묻은 제 책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웠습니다. 500년 전 저의 고국 피렌체공화국을 위해 드렸던 의견들이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유효하다는 뜻일 것 같습니다.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되어 당선인께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는 순간부터 사람 문제로 골치 아프실 것입니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지만 원하는 사람은 넘쳐납니다. 선거 때 도움 주신 분들의 부탁을 야멸차게 거절하기도 쉽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지 말라고 말들은 하지만 엽관제도나 네포티즘(nepotism), 논공행상은 역사상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적정선을 지키고 각자에게 적합한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선인께서 임명 가능한 공직 중, 능력을 필요로 하는 자리 80%와 명분이 필요한 자리 20%를 분명하게 나누어 선거에 도움을 주신 분들은 후자 자리에 배치하여야 합니다.

다음은 청와대나 내각에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을 임명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사안에 의도적으로 반대의견을 말하는 사람을 좋아할 권력자는 없지만 반드시 곁에 두어야 합니다. 여기에 최적의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당신에게 미운 소리를 한 사람들 중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투철한 사람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사귄 저의 친구가 이와 관련해 좋은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良藥苦於口 而利於病, 忠言逆於耳而利於行. 양약은 입에 쓰지만 몸에는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하는 데에 이로움이 있다.’ 뜻은 좋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움이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선거 기간 동안 내놓은 공약을 다 실천하려는 욕심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공약집 내용 중 일부는 표를 위해 집어넣은 것이라 솔직한 고백이 필요합니다. 당선 후 100일 이내 공약 검증위원회를 만들어 실현 가능성과 재원도달 여부를 꼼꼼히 다시 체크하여 과감히 도려낼 것을 도려내기 바랍니다. 그 다음에 당선인이 직접 용기를 내어 국민께 말바꿈에 대해서 용서를 구하고 설득하여야 합니다.

덕담을 해야 하는데 불편한 얘기만 늘어놓았네요. 부디 500년 전 노인의 얘기라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저의 고국 피렌체 공화국도 조금 더 융성을 누렸을 것입니다. 

먼 곳에서 당선인의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전 피렌체공화국 2등서기관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 로부터


* [정세현의 튀는 경제]는 매월 1회 연재됩니다


■ 정세현 (문제해결 전문가)
현 티볼리컴퍼니 대표, 한우리열린교육 감사
전 삼일회계법인 PwC Advisory 컨설턴트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영국 Nottingham Trent University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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