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세상] KT·SKT·LG의 IPTV 날고, 케이블 추락하는 이유

이통3사 독점한 시장, 케이블은 얼마나 버틸까

황수오 기자 2017.02.17 11:11:39

▲IPTV의 매출이 상승세인 반면 케이블TV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이동통신사들과 케이블업체(오른쪽 로고)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물인터넷의 성장 등 ICT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그동안 안방극장을 차지해온 케이블TV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인터넷으로 실시간 방송과 VOD를 볼 수 있는 IPTV로 공격적인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TV 매출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IPTV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비결은 뭘까. (CNB=황수오 기자)

IPTV와 결합한 AI, IoT 소비자 유혹
고객 뺏긴 케이블업계, 돌파구 없어
이대로면 수년내 케이블 사라질 수도  

IPTV는 여러 방송사들의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실시간 전송하는 플랫폼으로 2007년 시작됐다. 기존 디지털 케이블TV가 케이블망을 이용하는 반면 IPTV는 인터넷망에 연결한다. 

IPTV는 비디오를 비롯해 방송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반 케이블과 위성방송과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하지만 시청자가 편리한 시간에 자신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볼 수 있다는 점, 여러 융·복합 서비스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점 등으로 인해 IPTV시장은 점점 확대되는 분위기다.

IPTV시장은 이통3사(SK텔레콤,KT,LG)가 독점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 속도는 서비스 품질과 직결된다. 이런 이유로 탄탄한 인터넷 망을 보유한 이통3사가 IPTV시장을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 9일 이통3사가 발표한 2016년 4분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IPTV 매출이 작년 대비 무려 20~30%씩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의 IPTV 부문이 전년 대비 33.3% 증가한 것을 비롯해 KT는 23.9%, LG유플러스는 22.8% 올랐다. 

IPTV가 승승장구 할수록, 케이블TV 업계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의 실적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출액은 작년 대비 6.9% 감소했다. 고객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TV시장에서 IPTV 매출이 늘면, 케이블TV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가입자 수도 조만간 IPTV가 케이블TV 가입자 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케이블TV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1478만명에서 2015년 1373만명으로 감소한데 비해, IPTV 가입자 수는 2011년 422만명에서 2015년 1136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는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통사들이 IPTV와 더불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결합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은 인공지능 비서 ‘누구’를 SK브로드밴드의 ‘Btv’와 연동했다. TV와 인공지능의 결합을 국내 처음으로 시도한 것. 출시 이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다양한 할인혜택으로 TV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누구’와 연동한 IPTV는 콘텐츠 검색, 전원 on·off, 볼륨제어 등의 기능을 리모컨 없이 음성으로 수행할 수 있다.

KT도 지난달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가 지니’를 정식 출시할 것으로 밝히며, IPTV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가 지니’는 TV 연동과 카메라 내장으로 시청각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구성돼 미디어, 인공지능 홈 비서, 홈 IoT 허브, 커뮤니케이션 등 4가지 서비스로 사용자들의 편의를 제공한다. 보고 싶은 영화의 제목을 말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인식해 틀어주고, 기분을 설정하면 그에 맞는 영화를 선택해 제공한다. 추가로 TV화면을 통해 서울시 교통정보 시스템 경로를 안내해주는 기능도 있다. 

LG유플러스 또한 IPTV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경쟁에 뛰어들 예정이다. 지난 2일 진행된 실적 콘퍼런스에서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강세인 홈 IoT와 IPTV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도입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IPTV시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블TV도 휴대폰과의 결합, 케이블업계 전체가 함께하는 ‘원케이블’ 전략 등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케이블TV는 IPTV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결국 추월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작년 9월 업계는 위기 극복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 

▲위기에 처한 케이블 업계가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위기 극복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있는 모습.

한편 정부는 위기에 처한 케이블TV 업계를 살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놨지만 업계 분위기는 시큰둥하다.

지난해 11월 말에 열린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유료방송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정책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이통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모바일 시장을 케이블업체에게도 나눠주는 방안과 이통사의 결합상품을 일정 부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방안들이 실천될 확률은 낮아 보인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신경민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 국민들은 이통사의 결합상품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합상품 규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0.6%인 반면, 반대 의견은 59.4%로 18.8% 높았다. 이유로는 결합상품 이용에 따른 요금할인 혜택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통사와 케이블 기업 간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이미 받고 있는 혜택들을 포기할 순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결합상품 만이 아니다. TV업계 관계자는 “IPTV와 케이블의 차이는 결합상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통신3사가 운영하는 IPTV는 4만 5천여 개에 달하는 유통망, 브랜드 등을 갖고 있다. 250개 유통망을 가진 케이블업체가 이를 극복해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제휴를 통해 공급하고 있는 영화, 게임, 쇼핑 등 수많은 컨텐츠들을 케이블이 상대한다는 게 애초부터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단 얘기다. 

(CNB=황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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